유럽 거대 통합의 꿈 사라질까…그리스發 세계 금융시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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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3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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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정부 " IMF에 30일까지 15억유로 상환 불가능"

  • S&P,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투기 등급'으로 강등

  • ECB 집행이사 "그리스 유로존 탈퇴 더이상 배제 못 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국제문제 수석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래치먼은 30일 "유럽의 꿈이 그리스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제하의 논평기사에서 "셧터문을 내린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연합(EU)의 심각한 실패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그리스 정부와 국제 채권단의 기 싸움이 길어지면서 그 여파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스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채권단의 협상안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한 뒤 미국 증시는 물론 세계 4대 경제권에 속하는 유럽, 중국, 일본 증시가 한 때 폭락하기도 했다. 그리스 경제는 29일부터 시작된 은행거래중단과 자본통제 충격으로 멈춰있는 상태다. 그리스발 악재로 단일 통화 동맹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근본적 결함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 그리스 디폴트, ECB 긴급 유동성 지원 여부에 달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채무 15억유로(약 1조9000억원)를 30일까지 갚아야 한다. 그리스 정부 관리는 “15억유로 상환은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협상을 타결해 구제금융 분할금 72억유로를 지원받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시한이 연장되거나 새 협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질 경우 가장 먼저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월급 삭감에다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 생활비까지 치솟을 수 있다. 디폴트의 여파로 은행 등 금융기관과 서비스 업체를 포함한 기업 다수가 환율 리스크나 투자 손실, 회수 불능 등 부도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따른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달 30일이 지나도 ECB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끊어지지 않으면 그리스 경제는 연명해나갈 수 있다. 따라서 ELA 자금이 그리스에 공급되지 않는 시점을 실질적인 디폴트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CB는 다음 달 1일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그리스에 대한 ELA 한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ECB는 지난 28일 ELA 한도를 동결한 바 있다.

◇ 유로존 탈퇴냐 잔류냐…갈림길 선 그리스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CCC-)’ 등급으로 내려갔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이같이 발표하며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지난 19일 CCC로 등급이 강등된 이래 19일 만이다. S&P는 “현 상황을 볼 때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그렉시트 가능성이 약 50%에 달한다”며 “그리스는 6개월 내 민간 부문의 디폴트(commercial default)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느와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도 같은 날 프랑스 경제일간지 ‘레 제코’에 “유로존에서의 그리스 탈퇴는 지금까지는 이론적 문제였지만 이제 더는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을 강하게 거부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구제금융안이 수용되면 사퇴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 그리스 위기감, 주식 시장 강타…뉴욕·유럽·일본·중국 증시 한 때 폭락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깊어지면서 주식 시장은 29일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그리스 시중 은행이 영업을 중단한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의 3대 지수는 나란히 2% 안팎에서 폭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95%,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가 2.09%, 나스닥 종합지수가 2.40% 떨어졌다. 

세계 금융시장은 그러나 30일 다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을 보였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의 국채금리는 소폭 상승했고 아시아 증시는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날 1.4% 떨어진 코스피지수는 이날 0.67% 상승한 2,074.20에 거래를 마쳤고 닛케이종합주가는 0.63% 높아진 20,235.72에 장을 마감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5.53% 오른 4,277.22에 마쳤다. 지난 주말에는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지수는 그리스 악재로 3% 넘게 밀렸었다.

그리스 위기는 유로존의 존립 자체도 위협하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이 통화와 기준금리 정책을 공유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정통합은 없다. 유로존 역내에서 재정의 이전이 자유롭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구조적 개혁에 따른 불균형 해소가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 오바마, 메르켈·올랑드와 대응 방안 논의

EU와 유럽 주요 국가 지도자들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며 그리스에 협상 테이블에 다시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투표 이후 재협상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9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협상 당사자들이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유지 가능한 채무를 지도록 그리스의 개혁과 그리스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그리스 사태에 대해 비슷한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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