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공인' 메르스에 울고 '農心' 가뭄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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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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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커, 휴가철 예약취소 잇따라…숙박·면세점 등 타격 현실화

  • 농가 42년 만에 '최악 가뭄'…밥상물가 위협 소비위축 우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한국경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가뭄이라는 악재를 만나며 위기에 빠졌다. 서비스업과 농심(農心)은 매출하락이 불가피해지며 까맣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악재에도 정부는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지원 강화’라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재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장기적인 대응책이 나오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퀀텀 점프’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서비스업은 메르스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이후 겨우 정상궤도에 진입한 매출은 다시 반토막 났다. 여행·외식·숙박업은 7~8월 휴가철 예약 취소가 속출하면서 소위 ‘대목’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상대하는 호텔과 면세점 등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7~8월 유커가 예약한 객실의 30% 가량 취소 물량이 나왔다.

외식업 매출액은 5월 말보다 약 38.5% 떨어졌다. 메르스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면서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탓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8~14일) 56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외식업계 영향조사에서 확산 시점인 지난달 30일에 비해 평균매출액이 약 38.5% 감소했다. 특히 일식, 양식 등 업종별로 단가가 높은 업종 감소율이 더 높았다.

농가는 42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하루하루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주요 채솟값은 현지 생산이 절반이상 출하시기를 놓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채솟값 상승은 ‘밥상물가’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1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6월 상순 배추의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10㎏ 기준 7440원이다.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출하량이 감소한 여파로 도매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2693원)보다 176.3%, 평년(3365원)보다 121.1% 상승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지난 수년간 2-3년에 한 번 꼴로 크고 작은 가뭄이 찾아왔고 2010년 이후엔 거의 매년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올해 극심한 가뭄의 1차적 원인으로 지난해 여름 장마가 예년에 비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저수지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점을 꼽았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통 여름에 큰 비가 올 것에 대비해 다목적댐을 비워놓았다가 실제로 큰 비가 오면 채워서 이듬해 각종 용수로 사용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작년 여름에는 장마가 덜 발달해 저수지를 채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는 최근 7∼8년간 거의 매년 가뭄이 찾아왔고 중장기대책을 마련해놓고도 막상 큰 비가 와서 해갈되면 실행에 옮기지 않고 중단해버린다”며 “매년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실행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폭등으로 가뜩이나 주머니를 열지 않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 닫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이런 양상이라면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하더라도 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이 힘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추경의 경우 단기 효과가 큰 재정지출 확대의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재정을 통한 성장은 이후의 침체를 더 깊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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