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하이드 지킬, 나’ 현빈·한지민으로 만든 시청률 3%

[사진제공=SBS]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꿈에도 몰랐다. 현빈-한지민이 지성-황정음에게 대패하리라는 것을. SBS ‘하이드 지킬, 나’는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 MBC ‘킬미, 힐미’에 치여 제대로 한번 꿈틀거려보지도 못했다. 경쟁작의 종영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나 했는데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 앞에서 어깨 한편 펴지 못했다.

시청자가 열광하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남자주인공의 두 인격과 여자주인공이 펼치는 삼각로맨스’라는 독특한 소재를 얹고, 2011년 종영한 ‘시크릿 가든’의 영광을 아직도 누리고 있는 현빈과 여성에게는 워너비이고 남성에게는 이상형인 한지민을 뿌린 ‘하이드 지킬, 나’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기대가 절망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악한 CG와 산만한 전개, 이해할 수 없는 설정과 도무지 발전 없는 주연 배우의 연기는 고대하던 시청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다. 단 1회 만에 벌어진 일이다.

첫 방송 이후 ‘하이드 지킬, 나’ 원작자 이충호 만화 작가가 ‘킬미 힐미’에 표절 의혹 제기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왜 ‘하이드 지킬, 나’ 첫 방송 전에는 가만히 있었던 것이냐?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아 심통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며 없던 민심마저 잃었다. SBS마저 “이충호 작가 개인의 주장일 뿐 방송사 차원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외면했다.

현빈이 연기한 캐릭터의 부 인격인 부드럽고 친절한 로빈이 주 인격인 나쁜 남자 구서진보다 매력적이라는 것도 안타깝다. 현빈이 연기한 까칠한 재벌 2세에는 ‘시크릿 가든’에서 이미 봐 온 것이 아닌가? 신선한 매력인 로빈의 소멸을 반대하는 시청자가 늘자 제작진은 ‘인격흡수’라는 기막힌 솔루션을 선택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기어코 몇 번이고야 잡아내는 PPL은 눈엣가시였지만 그래도 현빈은 빛났다. 위기에 처해 도움을 청하는 여자를 물고 혼자 도망가면서 부끄러운 없이 “난 여자 구하고 그러는 사람 아니다”라고 말하는 지질남마저도 귀엽게 소화하는 현빈의 재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하지만 현빈의 원맨쇼를 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았나 보다. 8.6%로 출발해 지속적으로 시청률이 하락하더니 마지막회 전날인 25일 방송에서는 3.4%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