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세상 보기] 청년백수 탈출, 정부를 믿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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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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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회장 마윈(馬雲)이 젊은 시절 ‘루저(loser)’로 살았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당시를 회상했다. 실패할 때마다 성공하고 말겠다는 결의를 다졌다면서. 주최 측이 마련한 ‘마윈과의 대화' 자리를 통해서다. 45분짜리 이 프로그램은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 보다 훨씬 더 관심을 끌었다.

“KFC에 취직 원서를 냈을 때 24명 가운데 23명이 붙고 딱 한 명 떨어졌다. 그 한 명이 바로 나였다.” 마윈은 경찰이 되고자 했을 때도 지원자 5명 중 자신만 낙방했던 일을 여유있게 털어놓았다. 대학 졸업 뒤 3년 동안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퇴자를 맞은 게 모두 30차례나 됐다.
 
“하버드대학교에서도 10번이나 나를 거절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언젠가 하버드에 가겠다. 강의를 하기 위해’라고.” 그가 실패담을 익살스럽게 이어가는 동안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계속 폭소가 터졌다. 초등학교 2번 낙방, 중학교(고교 포함) 3번 실패에 이어 삼수생으로 겨우 항저우사범대(영어과)를 졸업한 그다.

마윈은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청년들이 희망을 잃는 것이다.” 그러면서 15년 역사의 알리바바는 직원들 평균 연령이 27~28세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일자리 1400만개를 만들었다. 

그는 주저없이 밝힌다. “나의 꿈은 ‘e-WTO(세계무역기구)’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 세계 도처에서 전자상거래가 전혀 불편없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중국 밖의 20억 소비자, 그리고 1000만 중소기업이 e-WTO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10년 내에 알리바바가 월마트의 매출을 넘어서기를 바란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근에는 재신(財神)으로 불리는 홍콩 청쿵(長江)그룹 리카싱(李嘉誠) 회장을 제치고 아시아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아주경제 DB]


청년 실업은 이제 글로벌 이슈가 돼 버렸다. 우리나라나 중국 뿐 아니라 유럽도 구조적인 청년 실업에 빠져 있다. “세계 경제성장 침체로 올해도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며 청년들이 그 부담을 대부분 져야 할 것이다. 실업자 수는 2020년까지 계속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최근 발표한 ‘세계 고용 및 사회 전망-추세 2015’에 담긴 내용은 암울하다. 

그리스 국민이 총선에서 급진좌파 연합 ‘시리자’를 지지한 것도 살인적인 청년 실업률로 대표되는 경제난의 결과다. 그리스의 지난해 실업률은 26%나 됐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58%까지 치솟았다.

경제위기로 2010년 ‘채권자 트로이카’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이지만 마침내 이들 트로이카가 요구하는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노선을 택했다. 긴축을 중단해 일자리를 늘리고 트로이카와 재협상해 채무를 탕감하겠다는 시리자의 주장이 먹힌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재협상을 통해 금방 청년 실업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쯤에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청년실업 문제를 과연 현 정부가 온전히 풀어 낼 수 있을까.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는 게 좋다. 어두운 경제 상황과 지금까지 드러난 정부의 실력을 봤을 때 그렇다. 

최경환 부총리는 이번 주 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과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기업들이 청년 고용을 늘려달라"고 당부했으나 신통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였다. 전년보다 1%포인트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10%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청년들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들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아니라 일자리를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방글라데시에서 빈민들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벌여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는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모든 청년들에게 마윈이 되라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지 모른다. '오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은 물론 인간 관계와 내집 마련도 포기한 세대)'로 전락한 것만도 속 터지는 데 창업 못하면 바보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올 만 하다.

취업준비생들을 화나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국가가 책임져 주기만 기다리지는 않겠다'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업가들이 스스로 기술 혁신과 시장 개척을 통해 활로를 열어 왔듯이. 그래야 답에 좀 더 가까워진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제담당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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