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필담] 김수현이 중국 동북공정에 대처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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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6-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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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BS]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중화권에서 큰 인기를 모은 배우 김수현이 전지현과 함께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에 휘말렸다.

김수현과 전지현은 최근 중국 헝다그룹에서 생산하는 헝다빙촨(恒大氷泉) 광천수 생수 모델로서 광고 촬영을 끝냈다. 문제는 원산지로 표기된 창바이산(長白山), 즉 장백산이 우리의 백두산이라는 점이다.

백두산은 온전하게 북한 땅이었지만 지난 1962년 북한이 중국에게 절반을 매각하면서 천지를 가운데로 국경이 나뉘었다. 한민족의 진산이자 성지인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동북공정의 일환이다. 동북공정이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다.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들의 ‘변방민족’의 하나로 중국사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도 지속되고 있다.
 

백두산 천지 중심으로 북한과 중국 국경이 형성돼 있다.[사진=구글 지도 캡처]

백두산을 창바이산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동북공정인데, 대한민국 대표 배우가 창바이산이라고 명시하는 제품의 광고모델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됐다.

김수현의 소속사 키이스트 측은 “원산지 표기를 확인하지 못한 불찰”이라고 인정하면서 “위약금과 광고 촬영 비용 등 수십 억원의 손해가 생길 것 같다”며 계약 해지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리보다는 명분을, 그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계약 해지 요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김수현은 해당 광고로 1년 기준 10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서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 따르면 보통 중국에서 계약취소 위약금은 3배. 여기에 광고 촬영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소 30억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헝다그룹은 중국에서 3대 기업에 포함될 정도로 대기업이다. 생산하는 생수는 올림픽 지정 생수일 만큼 유명하다. 헝다 입장에서는 회사 이미지 실추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위약금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김수현의 선택이든, 소속사의 판단이든, 민감한 역사 문제인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한 자세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올바르다고 볼 수 있다. 벌어들인 외화를 중국에 더 줘야할 판인 것은 작은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내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은 상황에서도 한류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 역사문제가 관련돼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은 득실을 따져 처신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어느 누구도 쉽게 생각하기 힘들었을 ‘원산지 표기’만으로 김수현과 전지현에게 질책을 가하는 건 가혹한 처사다. 중국 제품에 쓰이는 표기를 놓고 세계사적으로 옳다 해도 우리의 명칭을 강요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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