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끝까지 간다', 끝까지 재밌고 끝까지 스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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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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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끝까지 간다' 스틸컷]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별 기대 없이 산 닭이 사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상상해보자. 게다가 지치지도 않고 황금알을 순풍순풍 낳아댄다면? 영화 ‘끝까지 간다’가 딱 그런 거위다.

혹평 세례를 받은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 이후 백수 생활을 면치 못한 김성훈 감독과 ‘명품조연’이라는 벽을 뛰어넘지 못했던 조진웅, 평타 전문 배우 이선균이 만나 제대로 홈런을 쳤다. 1만원(멀티플렉스 주말 기준)으로 상영시간 111분 동안 갑절 이상의 즐거움을 얻게 되니 이 세 남자의 조합은 영락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나쁜 경찰' 고건수(이선균)는 어머니 장례식 날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는다.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자리를 비운 경찰서엔 감찰반까지 들이닥쳤단다. 잔뜩 흥분한 채 운전을 한 그는 도로에서 사람을 치고, 엉겁결에 시신을 챙긴다. 우여곡절 끝에 시신을 숨기고 감찰도 무사히 넘겨 일상으로 돌아오나 했더니 동료가 뺑소니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겠다 싶은데 “네가 그날 밤 한 짓을 알고 있다”는 박창민(조진웅)이 나타나 시신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

연출, 스토리, 연기까지 모든 게 찰지다. 조진웅과 이선균이 온몸을 던져 연기할 때마다, 최악의 상황에서 예고 없이 터지는 블랙 코미디를 마주할 때마다 흔치 않은 만족감에 젖는다. 몇 장면 나오지 않는 조연들도 모두 제 역할을 해낸다. 가장 빛나는 것은 김 감독의 연출이다. 한 장면도 버릴 것 없이 경제적이다. 관객이 한눈팔 찰나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스릴러와 코미디를 똑똑하게 버무려냈다.
 

[사진=영화 '끝까지 간다' 스틸컷]

특히 고건수가 뺑소니 시신을 숨기는 장면은 황금알 중에서도 타조알만한 알이다. 벼랑 끝에 몰린 건수가 예상을 허락하지 않는 방법으로 처절하고도 열정적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장면은 그 어떤 개그보다 유쾌하다. 시체 유기 한 장면만으로도 ‘끝까지 간다’는 웬만한 영화 한 편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조진웅 이선균이 선보이는 거실 격투신은 김윤석 하정우가 영화 ‘추격자’(2008)에서 선보인 그것과 견줄 만하다. 재치나 창의성 면에서는 한 수 위다. 아쉬움도 있다. 격렬하지만 멋 부리지 않는 액션은 관객의 어깨를 움츠리게 했다 들썩거리게 하지만 잔상이 오래 가지 않는다. 에너지 넘치는 조진웅 앞에서 주연의 자리를 지키려는 이선균, 행여나 조연으로 비칠까 무서울 정도의 뜨거움을 발산하는 조진웅, 두 배우의 배려 없는 연기 대결 때문은 아닐까.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대결 ‘끝까지 간다’, 작은 아쉬움과 큰 재미를 보장한다면 나쁜 놈들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제6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 초청 작품. 오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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