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올려라" 집주인 부추겨 복비 챙기는 공인중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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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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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입자, 재계약 또는 이사 불가피…신규계약 쥐어짜 수수료 챙겨

  • 임대소득 과세엔 이면계약 유도, 시장침체로 수익 줄자 꼼수 작렬

일부 공인중개사들의 편법·일탈행위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아주경제DB]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 최근 서울 중구 황학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에 세입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집주인을 부추겨 전셋값을 올리고 세입자 교체 및 재계약을 유도해 복비를 챙기고 있다"며 항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물증도 없고 관련 규제도 사실상 전무해 세입자들은 발만 동동 구를 뿐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극심한 전세난을 틈타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각종 편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서 중개업소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택거래를 성사시키는 데만 급급한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집주인을 부추겨 재계약이나 세입자 교체를 유도하는 등 비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셋값 고공행진의 이면에 이 같은 공인중개업자들의 일탈행위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약 만료가 다가온 집주인들에게 전셋값을 올려받으라고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놓고 있는 한 집주인은 "전세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 공인중개업소에서 먼저 전화가 온다"며 "최근 주변 전셋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등을 알려주며 직·간접적으로 재계약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올리게 되면 기존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하거나, 인상폭을 견디지 못해 이사를 나갈 경우 새로운 세입자가 계약을 하게 된다. 매매거래 감소로 수입이 줄어든 공인중개업소들이 전세계약이라도 늘리기 위해 도를 벗어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문서상으로는 기존 보증금대로 전세계약서를 쓰지만 실제로는 인상분을 월세 형태로 돌리는 이면계약도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한다고 발표하자 공인중개사가 주도적으로 이면계약을 부추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전세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보증금을 받고 전세계약서를 작성한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월세로 6개월~2년치를 한 번에 현금으로 받는 형태다. 통장에 월세 납입기록만 있어도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할 수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현금으로 받는 것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을 너무 낮게 신고하면 의심받을 수 있으니 전세 시세의 70~80% 수준으로 계약하고 실제로는 반전세 형태로 돌리면 확정일자도 전세계약으로 받기 때문에 임대소득 과세를 최대한 피할 수 있다"며 "임대소득 과세가 걱정되는 집주인들 다수가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인중개업자들의 일탈행위는 난립하는 중개업소에 비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거래도 줄어 업소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공인중개사 등록인은 총 7만5630명이다. 경기 침체로 폐업하는 공인중개사가 늘고 있는데도 몇년간 큰 변동없이 비슷한 규모가 유지되는 것은 매년 약 1만명의 신규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가 쏟아져나오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소의 불법행위에 대해 각 지자체에서 정기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으면 행정처분이 어려운 것도 이 같은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서울시 부동산관리팀 관계자는 "자치구별로 수시로 점검에 나서고 시 차원이나 국토부와 합동단속 등 분기에 1회 이상 단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있는 경우가 드물어 민원이 접수되거나 형사고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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