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겸 자민당 총재가 취임 후 첫 정기 자민당 대회에서 헌법 개정 추진 일정을 구체화하며 개헌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의원(하원)에서 개헌 발의 요건인 3분의 2 의석을 단독 확보한 것을 발판으로, 내년 봄까지 개헌 발의의 가닥을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2일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대회 연설에서 “당 창당 70년, 때는 왔다”며 “개헌 발의 전망이 섰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로 내년 당 대회를 맞이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가 공식 당 행사에서 개헌 발의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역대 총리들이 개헌을 정치 일정으로 명시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단독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인이 국민의 위임에 응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결단을 위한 논의”라며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것인지 국민에게 당당히 묻자”고 호소했다.
일본에서 헌법을 개정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임기 6년에 3년마다 전체 의석의 절반을 교체하는 구조)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자민당은 중의원에서는 단독으로 기준을 충족했지만, 참의원에서는 과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는 2028년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자민당은 조기 개헌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8년 선거는 자민당이 63석을 획득해 대승을 거뒀던 의석들에 대한 개선(改選·임기 만료로 다시 선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 이후에는 오히려 자민당 의석수가 더 줄어들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의석 구도를 활용해 개헌에 우호적인 야당의 협력을 확보하고, 선거 이전 발의를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도 “정권 기반 안정을 위해 추가 세력과의 협력을 연립 형태로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국민민주당 등 야당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발의 시점을 둘러싼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닛케이는 ▲2027년 봄 정기국회 ▲같은 해 가을 임시국회 ▲2028년 참의원 선거 전 정기국회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개헌안이 발의되면 60~180일 이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2027년 봄 발의가 현실화될 경우 자민당 총재 선거와 맞물려 사실상 ‘신임 투표’ 성격을 띨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황위 계승 문제와 경제 정책도 함께 언급했다. 황실전범(皇室典範) 개정과 관련해 “남계(男系)로 황통이 계승돼 온 역사적 사실이야말로 천황의 권위와 정통성의 원천”이라고 강조하며, 구 황족 남계 인사를 양자로 들여 황족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압도적으로 부족한 것은 국내 투자”라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17개 전략 분야에 대한 민관 투자를 확대해 환율 변동에 강한 경제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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