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강 풍경에 넋을 잃고 채석강 노을에 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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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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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산 마실길에서 만나는 유장한 풍경

변산의 마실길은 해변가의 화려한 풍경을 즐기며 고즈넉하게 걸을 수 있는 명품길이다.

아주경제 최병일 기자=바야흐로 길의 열풍입니다. 제주 올레길에서 시작된‘길’은 변주하고 발전하여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많은 길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리산의 둘레길 여수 남면 금오도의 비렁길이 위세를 떨치더니 요즘에는 변산 마실길이 인기입니다. 마실은 마을을 뜻하는 사투리입니다. 글자그대로 시골 아낙네들이 이웃으로 놀러갈때 걷던 고샅길입니다. 그만큼 마실길은 친근하고 정감있게 다가옵니다. 마실길은 모두 4구간 8코스(총길이 66km)로 되어 있는데 연속해서 이어지는 해안의 절경이 가히 일품입니다. 새만금 전시관에서 시작되는 마실길은 변산해수욕장을 거쳐 하섬 적벽강 격포항 모항 해수욕장 내소사 곰소항 등 부안의 풍경을 모두 껴안고 있습니다.
조개껍질이 만들어낸 백사장으로 유명한 고사포 해수욕장. 뒤편으로는 소나무 방풍림이 둘러서 있다.

변산 해수욕장을 지나 내처 걸으면 고사포가 나옵니다. 고사포는 특히 해변이 유명합니다. 백합을 비롯한 형형색색의 조개껍질이 만들어낸 백사장은 마치 투명한 유리알처럼 반짝거립니다. 고사포 뒤로는 마을 주민들이 조성해 놓은 소나무 방풍림이 병풍처럼 늠름하게 서있습니다. 뜨거운 햇살에 지치면 시원한 소나무 그늘에서 오수를 즐기도 좋을 듯 싶습니다. 고사포 해변은 후리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체험장이기도 합니다. 길이가 100m에 이르는 그물을 양편으로 갈라 잡고 바다에서 시작해 해변까지 훓어 나오면 개구리 소리를 내는 졸복은 물론 숭어같은 물고기들이 그물 가득 걸려듭니다.
밤섬 전망대에서 바라본 하도의 모습. 음력 1일과 15일에는 바다가 갈라지는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고기잡이가 힘에 부친다면 맛조개를 잡는 것도 재미있는 체험이 될것입니다. 갯벌 구멍에 소금을 살짝 뿌려 놓으면 맛조개는 소금기에 취해 살며시 머리를 디밉니다. 힘을 주지 않고 천천히 우아하게 조개 윗부분을 들어내면 온전한 형태로 맛조개가 세상과 조우합니다. 다시 길을 나서면 야생화가 반기는 하섬전망대에 이릅니다. 진도에도 바다 길이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체험할 수 있지만 이곳 하섬에서도 기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성천포구에서 1km 떨어진 새우 모양의 하섬이 열리는 풍경은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의 다른 이름입니다. 하섬의 바닷길은 음력 1일과 15일 썰물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포구나 해안초소길도 풍경이 뛰어나지만 변산 마실길의 백미는 역시 적벽강(赤壁江)입니다. 송나라의 소동파가 놀았다는 그 적벽강입니다. 중국 황주의 적벽강이 이국 멀리 날아왔을리는 없지만 주변 풍경을 보면 오히려 적벽강보다 나을 성 싶습니다. 절벽 밑 바위해안을 산책하다보면 퇴적암과 화산암이 섞여 독특한 무늬를 형성한 ‘페퍼라이트’라는 지형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용두산 절벽은 기가 센곳이다. '개양 할매'를 기리는 제사가 지금도 열려 어민들의 풍어를 기원한다.

적벽강은 기(氣)가 센곳이기도 합니다. 적벽강 절벽은 이름높은 무속인들이 한 번쯤은 찾아서 기를 받아 가는 곳입니다. 죽막마을 용두산 절벽 위에 수성당에서는 바다의 수호신인 ‘개양 할매’에게 제를 올리는 굿이 한창입니다. 개양 할매는 서해바다를 돌아다니며 깊은 곳은 메우고 얕은 곳은 파내는 이 입니다. 풍어를 돕는 이 할매는 어찌나 덩치가 크던지 깊은 바다에 들어가도 겨우 발목을 적실 뿐이라고 합니다. 개양 할매는 모두 여덟명의 딸을 낳았는데 일곱은 모두 시집을 보내고 막내 딸과 함께 수성당을 지킨다고 합니다. 민화속에 그려진 개양할매는 눈매가 우렁우렁하고 입매는 야무집니다. 그야말로 대장부같은 풍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수성당 앞 너른 들판엔 막 자라오르기 시작한 어린 코스모스들이 철보다 빨리 피어 있습니다. 원래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루는 곳인데 올봄에는 이상저온으로 유채꽃이 얼어 죽었습니다. 맨숭한 들판이 안쓰러워 코스모스 씨를 뿌렸더니 유채반 코스모스 반이 되어 어색한 풍경이 되었지만 철보다 일찍 감상하는 코스모스도 제법 보기 좋습니다.

격포해변 끝에는 채석강(彩石江)이 있습니다. 이 또한 당나라의 시선 이태백이 달빛에 취해 달을 잡으러 뛰어들었다는 중국 채석강을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채석강은 마치 수만권의 책을 켜켜히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해안절벽입니다. 바닷물의 침식으로 인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조각 작품입니다. 절벽 아래로 편마암층이 벼루처럼 반들반들하고 곱습니다. 해질 무렵이면 채석강 일대는 붉은 물감이 침식된 바위 틈으로 스며들어갑니다. 일몰 무렵 마실길 여행자들은 자연이 풀어놓은 물감색에 넋을 잃고 맙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는 내소사 들어가는 길

변산여행의 마무리는 내소사로 하는 것은 어떨까요? 633년(백제무왕 34)에 혜구두타가 창건했습니다. 내소사는 입구부터 수려합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600m 전나무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100선에도 선정될 만큼 미려(美麗)합니다. 전나무숲길이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침엽수 특유의 향내가 풍겨져 나와 머리속까지 상쾌해집니다. 관음봉을 배경으로 배치된 내소사는 천년고찰답게 웅숭깊습니다. 절 뒷산인 관음봉(능가산) 능선과 조화를 이룬, 설선당(중들이 마음 닦는 곳)과 요사(중들이 생활하는 곳)를 이어줍니다. 이번 주말 변산반도 마실길따라 여름향기를 맡으러 떠나보면 어떨까요?

여행메모
◆ 가는 길 -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부들나들목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새만금전시관 표지판을 따라간다. 고사포 해수욕장 들머리에서 격포항을 따라 고사포로 오면 된다.

◆ 묵을 곳 - 격포리엔 변산대명리조트 (063-584-7788)지상 8층 규모로 패밀리 149실과 스위트 224실, 느블리안 37실, 리조트 내 호텔인 ‘클라우드 9’ 94실 등 객실 504개를 갖추고 있다. 또 퓨전레스토랑과 스카이 그릴 가든 등 음식점과 물놀이 시설인 아쿠아월드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해나루 가족호텔 (063-580-0700)도 깔끔하고 품격있다.
변산은 백합이 풍성하다. 예전처럼 근해산은 별로 없지만 맛은 예전그대로다.

◆ 먹을 것 - 격포항 주변에 대신수산횟집(063-582-1616) 등 횟집들이 즐비하다. 변산반도 해변도로나 국도변에서도 바지락죽·백합죽을 내는 식당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행안면 신기리의 계화회관(부안 이화자 백합죽)은 30여년째 백합조개 요리를 차려온 식당. 백합죽 9000원, 백합전 1만1000원, 백합탕(사진)정식 1만9000원. 젓갈로 이름난 곰소항 주변에선 다양한 젓갈을 곁들인 젓갈백반을 내는 식당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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