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 제기…야구계 "승부조작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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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2-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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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승부조작 브로커인 김모(28)씨가 프로야구 승부조작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조치가 주목된다. [사진 = 자료사진]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프로축구와 프로배구에 이어 올시즌 '700만 관중 돌파'를 노리고 있는 프로야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이 쉽지 않은 종목이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 야구팬들은 검찰수사에 관심을 갖고 살피는 모습이다.

◆프로배구 승부조작 혐의 브로커의 상세 진술

13일 대구지검 등에 따르면 프로축구에서 지난해 터진 승부조작 사건 당시 이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브로커인 김모(28)씨는 배구 외 다른 스포츠의 승부조작설을 제기했다.

프로배구 2010~2011시즌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김 씨는 2009~2010시즌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던 브로커 강모(29)씨의 범죄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 진술을 했다. 특히 9개 구단 중 2개 구단 선수 2명을 지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검찰에서 강 씨가 남자 프로배구는 물론 여자 프로배구와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첫 회 포볼' 등을 두고 투수들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김 씨 진술은 프로스포츠 선수들과 경기내용을 조작한 과정은 물론 해당 경기의 정보를 통한 베팅 과정이 매우 구체적인 터라 진술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검찰도 이 진술을 토대로 타 종목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망을 가동했다.

◆KBO "야구에서 '승부조작'은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의 특성상) 프로축구, 프로배구와 달리 프로야구에서는 승부조작이 있을 수 없다"면서 프로야구는 어떠한 승부조작도 없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저녁 무렵의 대구지검 브리핑 이후 튈지 모를 불똥에 긴장하며 수사 방향을 살피고 있다.

14일 KBO의 한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아직 무엇도 말할 단계는 아니"라며 "수사결과가 발표된 것도 아니다. 추이를 지켜볼 뿐이다. KBO가 수사권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무언가를 하는 것은 월권이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기다린다"는 입장을 14일 밝혔다.

다른 KBO 관계자는 "야구는 '승부조작'이 어렵다. 선수 몇 명만 매수해서는 불가능하다. '승부조작'을 하려면 선수 여러명과 사전 공모해 작전을 짜야 하며 양팀 선수단 상당수와 미리 이야기를 마쳐야 겨우 가능할 것"이라며 "더군다나 종목 특성상 선수 교체가 잦다. 아무리 승부조작을 한다고 해도 감독이 선수를 빼면(교체하면) 해당 선수는 나와야 한다. 그날 못 하는 선수나 뭔가 이상한 선수면 바로 감독이 뺄 것이다. 더욱이 야구 1군 선수 연봉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승부조작'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초구 볼' 등 개인 의지로 가능한 특정 상황에 대한 배팅은 불법 사이트에서 도박의 형태로 시행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혹시 이런 불법배팅에 선수가 연관됐을 우려도 없지 않기에 각 구단에 전화 연락해 자진신고를 받아보라는 협조는 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수도권 구단 관계자는 "다른 종목서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야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단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며 "소문도 루머도 들은 적이 없다. 파문이 더 커지기 전 자체적으로 관련 내용을 빨리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승부조작 연관 선수가 발견될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할 생각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기에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만에 하나, 팀에 그런 선수가 나오면 당연히 퇴출해야하지 않느냐"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야구계 "'승부조작'은 있을 수 없다. 용어부터 잘못됐다"

검찰에 이미 특정 선수가 적발된 프로축구와 프로배구와 달리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에 관련된 의혹이 드러난 것이 없다. 브로커는 '설'에 해당되는 정도의 추정 발언만 했을 뿐이다. 야구계는 승부조작 가능성을 적극 부인한다.

아주경제와 연락된 야구계 인사는 야구계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다면, 승패가 아닌 개인 기록의 조작만 가능할 것이란 식의 말을 건넸다. '승부조작'은 여러 사람과 사전에 공모해야 하기에 실행이 쉽지 않지만 개인 기록은 말 그대로 특정 선수만 신경쓴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시로는 역시 '첫 타석 볼넷', '초구 볼' 등 투수나 타자가 작정하면 시행이 가능한 시나리오를 이야기했다.

다만 이는 승패와 직결되는 '승부조작'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인사는 프로야구에서 승부조작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만 '승부조작'이란 용어부터 잘못됐다 지적하며 '개인기록조작'이란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머에 2차 피해자 우려

한편 이번에 제기된 야구 승부조작 '설'과 관련해 일부 누리꾼들은 주요 인터넷 야구관련 게시판에서 야구단과 선수들의 실명을 쓰며 추측성 글을 올리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 인터넷 상에는 의심되는 경기의 상황을 올린 후 "그래서 이 선수가 의심된다"는 등 상세하게 쓴 게시물도 올라오는 상황으로 일부 누리꾼들은 이에 댓글을 달며 의혹을 증폭하는 모습이다.

수도권 한 야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인터넷을 수시로 살펴본다"며 "그런데 내가 속한 구단의 이름과 소속 선수가 나오면 깜짝 놀라 살피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구단이 아닌 '특정 알파벳으로 구단 이니셜이 시작하는 구단', '구단 연고지가 수도권인 구단' 등의 얘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혹시 선수들이 괜하게 동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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