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차이나 뱅크, 저우추취(走出去·해외진출) 열풍…아시아 넘어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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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0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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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계 은행, 신흥시장 은행 M&A 본격화

(아주경제 이재호 임명찬 이수경 기자) 중국계 은행들이 본격적인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단순히 지분투자를 하거나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단계를 지나 현지 은행을 직접 인수합병(M&A)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폐허가 된 미국·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중국계 은행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중국 내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이 최근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광주은행 인수전 참여를 시도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도 더이상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바야흐로 중국계 자금의 무차별 공습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 위기가 곧 기회… 中 은행 글로벌화 박차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수익성 악화와 유동성 위기에 신음하고 있지만 중국계 은행들은 광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9월부터 1년간 공상·건설·중국은행 등 주요 중국계 은행들의 주가는 평균 13% 상승했다. 총자산과 외화자산은 75조 위안(11조5000억 달러)과 20조 위안(3조 달러)으로 각각 17%와 7% 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계 주요 은행들의 주가는 60% 이상 하락했다. 이 격차는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시가총액 기준 세계 1~3위는 모두 중국계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자금이 넘쳐나면서 이를 소비하기 위해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내 달러가 넘치고 위안화 강세까지 이어지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해외진출에 나서는 것”이라며 “금융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투자 효과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해외진출 여건은 전보다 오히려 개선됐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중국계 은행들은 자본금이 늘어나는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커졌지만 미국과 유럽의 대형 은행들은 줄줄이 쓰러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로 나갈 여건은 위기 이전보다 더욱 성숙됐다”고 진단했다.

중국계 은행들이 국제화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 간의 연관성 확대 △해외진출 기업 지원 △위안화 국제화 △신 성장동력 창출 등이다.

지만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중국계 기업이 해외에서 활약하려면 금융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M&A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금융이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중국계 은행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다른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도 자연스럽게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이창영 중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중국계 은행들이 해외 M&A를 미래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정부의 뜻이기도 하다”며 “중국계 은행들은 대부분 국유 은행으로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치훈 부장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은행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 해외투자를 장려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주요 은행들이 상장하는 등 은행 개혁에 성공하면서 해외 진출을 위한 토대도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 이머징마켓 발판으로 선진 금융시장 공략

중국계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해외진출 전략을 수정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씨티뱅크, 모건스탠리, 포르티스, ABN암로 등 미국·유럽의 대형 금융회사에 지분투자 형식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이들 금융회사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으면서 중국계 은행들도 엄청난 투자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에 따라 위기 이후에는 동남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의 현지 은행을 M&A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중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중국은행의 샤오강 회장은 지난 10월 발표한 기고문에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해외 금융회사들은 아직 회복을 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견실한 중국계 은행들이 해외진출을 가속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들 지역에서는 중국계 은행들이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상은행은 지난해 4월 태국의 ACL은행을 5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스탠다드은행에 지분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현지 은행의 추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행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의 은행 인수에 나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만수 팀장은 “제조업의 경우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많았는데 금융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며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더 안정적이고 중국계 은행들의 진출에 대한 반감도 크지 않은 편”이라고 전망했다.

이치훈 부장은 "중국계 은행들의 해외진출 종착역은 결국 투자은행(IB) 부문이 강한 씨티뱅크나 JP모간 등 대형 금융회사가 될 것"이라며 "신흥시장 공략은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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