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한나라당내 권력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등 양대 계파 간 대립구도는 점차 소강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각 계파 내 세력 분화로 인해 다자간 구도로 당내 권력지형이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친이(친 이명박)’, ‘친박(친 박근혜)’ 등 당내 양대 계파 간 갈등은 일단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 그리고 당 지도부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일정 부분 화합 및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친이계 내의 세력 분화가 심화되면서 이미 당내 권력지형은 ‘친이’, ‘친박’의 양자구도가 아니라 ‘이재오계’, ‘이상득계’, ‘정두언계’, 그리고 ‘박근혜계’ 등의 다자간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이상득계’와 ‘박근혜계’ 간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그리고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대로(이명박을 대통령으로)’를 위해 힘을 모았던 정권 창출의 핵심 축이었다.
이 전 부의장은 영남 출신 의원들을 이끌며 이 대통령을 지원했고, 이 장관은 경선과 대선조직의 ‘좌장’ 역할을 하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세를 키웠다. 또 정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때부터 ‘그림자’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확실한 당내 우군 확보에 전력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들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보직을 ‘SD계’가 차지하면서 이재오계와 정두언계가 권력의 ‘이너서클’ 밖으로 밀려나게 된 것. 지난 2008년 3월 이재오계와 정두언계가 주축이 돼 이 전 부의장의 ‘총선 불출마’를 촉구한 ‘55인 반란 사건’이나 권력 사유화 논란 등이 제기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이로 인해 이 전 부의장이 사실상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SD계’도 일정 부분 타격을 받는 듯 했지만, 이재오 의원도 곧 총선 낙마로 야인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재오계와 정두언계 또한 급속도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SD계는 견제세력이 사라진 덕분에 계속 승승장구했고, 그 결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얽혀 있는 ‘영포(영일-포항)라인’ 논란이나 국무총리실과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사건 등도 다 이런 흐름 속에서 벌어졌다.
그러던 가운데, 이 의원이 여의도로 돌아왔다. SD계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 것이다. 실제 여의도 주변에선 이 장관이 국민권익위원장 당시 SD계 인사들의 비위행위가 담긴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미확인 소문이 나돈 바 있다.
2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SD계는 물론, 이재오계, 정두언계 등의 공통된 고민은 차기 대권에 가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땐 ‘박근혜만 누르면 된다’는 것으로 세 사람의 생각이 같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어떻게든 ‘다음’을 보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지지기반을 갖고 이재오계와 정두언계는 김문수 경기지사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등 소위 자천 타천으로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즐비하다. 정 안 되면 이 장관 본인이 대선에 뛰어드는 ‘카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SD계는 사정이 다르다. 박근혜계와 지지기반이 중첩돼 자파 내에선 후보감을 찾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여권 내에선 끝까지 이재오·정두언계와 함께할 수 없다면 그나마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가장 당선 가능성이 큰 주자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고, 그 대상은 결국 박 전 대표밖에 될 수 없단 얘기가 공공연히 들리고 있다.
박근혜계는 이 같은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일단 ‘전략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여권 인사는 “대선까지 최소 두 번의 전쟁이 벌어질 거다. SD계와 이재오·정두언계 간의 대립이 그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영남과 비영남의 싸움일 거다”고 예상하면서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계파해체론도 결국엔 또 다른 합종연횡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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