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연이 만난 사람)"100억 매출 농업경영체 1000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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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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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과천 정부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오승연 고려대 교수와 농정 방향에 대한 대담을 나누고 있다.

“100억원 매출 규모의 농업경영체를 1000개 정도로 키워 나가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농업인들의 강한 자신감이 요구됩니다."

우리나라의 농림수산식품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14일 오후 장관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이후 매주 평균 두 세 차례에 걸쳐 직접 농어업 현장을 찾는다는 그는 취임 후 1년 동안 총 175개 시·군을 방문했다. 그 거리만 해도 총 7만km가 넘는다. 현장방문을 통해 얻은 정보는 곧바로 정책에 반영한다.

농식품 관련 토론장인 ‘방방곡곡 에그로 스쿨(Agro school)' 운영과 주말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농어업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 농어민들과의 1대 1 소통창구인 '장태평의 새벽정담' 블로그에선 '태평짱’이란  그의 아이디(ID)가 네티즌들에게는 더 익숙하다.

농어업인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설득을 통해 합의를 끌어내는 장관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농어촌을 방문하고 있는데 건강관리 비결은.

“하하. 거의 못하지만 오랫동안 반신욕을 해왔고 그걸로 겨우 유지하고 있어요. 혈색이 좋고 순환이 잘되는 것은 반신욕 때문이죠. 또 주말마다 농민들과 이야길 나누다보면 피곤함보다는 기운이 더 생깁니다. 서로 북돋워주는 시간이 많다보니 희망이 생기죠.”

-쌀값 하락에 대한 농민들의 걱정이 커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농민들은 올해 풍년을 2가지 관점에서 걱정하고 있어요. 하나는 쌀값이 하락할 것이란 점과 수확한 쌀 판매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5일 산지 쌀값 조사 결과 80㎏ 쌀 한 포대에 14만7000원 수준으로 열흘 전보다 2000원 정도 올라 하락세는 일단 진정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또 최근 지역 농협 등의 농가 벼 매입가격 결정 동향을 보면 대체적으로 전년보단 낮지만 비교적 흉작이었던 2007년도 수준에서 결정되는 양상이죠.

미곡처리장(RPC)의 벼 매입 상황도 전년대비 95%로 수확기가 다른해보다 2~3일 늦은 점을 감안하면 원활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가벼 매입이 시작되고 여러 정부 대책이 잘 추진된다면 쌀값은 곧 안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쌀 수급대책을 어떻게 세워놓고 계신지요.

“산지 쌀값이 적정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점이 우려돼 연이은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확기 매입량은 대풍이었던 작년보다 23만t 늘려 270만t 이상으로 확대했고 정부 매입 물량(37만t) 중 기본 방충 물량(19만t)을 제외한 물량(18만t)은 시장에 공매하지 않고 비축해 격리시켰죠. 2005년도산 정부 재고 중 10만t은 주정용 등으로 처분키로 했습니다.

예상 생산량 발표결과 평년작인 457만t을 초과한 11만t은 농협중앙회를 통해 매입해 격리하는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쌀 소비를 늘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편의식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전환되면서 밥쌀로 소비되는 쌀의 양은 매년 줄고 있습니다. 한 사람 당 1년 평균 쌀 소비량은 작년 현재 75.8㎏ 정도로 지난 1995년 106.5㎏에 비해 30㎏이나 감소했을 정도입니다.

다만, 식자재 안전성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 가공식품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가공용으로 소비되는 쌀의 양도 늘고 있죠. 연도별 가공용 쌀 사용량은 2003년 12만5000t에서 2005년 19만1000톤, 지난해 26만7000t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입니다.

쌀의 밥 이외 사용을 금지시켰던 쌀 부족시대가 우리나라 쌀 가공산업 발전을 더디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쌀 가공식품 뿐 아니라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쌀의 우수성을 알리고 전 국민의 아침밥 먹기 운동을 유도해 쌀의 소비기반이 탄탄해지도록 노력해 나갈 겁니다. ”

-쌀가공식품 소비확대를 위해 구상하고 계시는 방안은.

“일본의 경우 쌀 가공능력이 대단히 우수합니다. 전체 쌀 생산량의 14%인 104만t 정도가 가공용 쌀로 소비되죠. 우리나라는 아직 6% 수준인 27만t 정도지만 중장기적인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가공기술 개발을 지원하면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불과 2년 새 제분기술을 비롯해 가공능력이 많이 발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죠.

단기적으론 특별한 가공기술 개발 없이도 밀가루 원료 대체가 가능한 고추장, 막걸리, 떡볶이 떡 등에서의 사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주로 밀가루를 사용해 생산되던 면과 빵 분야에서도 쌀 가공식품 비율을 늘릴 계획입니다.

대형 쌀 유통회사를 키우고 쌀 선물거래 활성화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한 근본적인 수급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것입니다."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정상회담 후 가진 오찬에 막걸리가 건배주로 등장했는데.

“유산균 덩어리인 막걸리는 건강 술이고, 술이라기 보단 식품이죠. 대통령도 그만큼 자부심이 있는 겁니다. 두 나라 정상이 함께하는 오찬에서의 건배주로 선택했을 정도니 말이죠.

그러한 쌀 막걸리에 ‘멋’을 덧입힐 계획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먹걸리의 對 일본 수출 규모는 4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체 수출액이 44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우리 막걸리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죠.

다만 현재에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막걸리를 담는 용기와 잔부터 더 멋스럽게, 그리고 우리문화를 곁들여서 더 고급화할 계획입니다.“

-남는 쌀을 대북지원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내외 상황에 따라 대북지원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쌀 재고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방안은 아니죠.
쌀이 남는 것은 국내 소비가 줄기 때문인데 수급관리를 대북 지원에 의존하다보니 쌀 가공식품과 같은 새로운 수요를 찾는데 소홀한 측면도 있었죠. 국내에 탄탄한 수요 기반을 구축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중장기적인 쌀 수급 안정을 이룰 것으로 봅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국제 및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기도 하구요.“

-내년부터 쌀 시장개방(쌀 관세화)을 시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오는 2015년부터 관세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수급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하면 관세화  시기를 앞당겨 수입량을 줄이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하면 매년 40만9000t을 영원히 수입해야 하지만 2011년에 관세화하면 32만7000t만 수입하면 되기 때문에 의무수입물량도 8만t이나 줄게 되죠.

또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쌀 국제가격은 t당 136만원 수준이고 국내 가격은 t당 187만원 정도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앞으로 육류 소비가 늘고 곡물 수요가 늘게 되면 세계 곡물가격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할 겁니다.

관세화 이후 관세율이 높게 매겨지면 수입산이 국내산보다 가격경쟁력을 갖기 어려워 실제 수입될 쌀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관세화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측면의 고려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인지.

“가는 곳마다 배움터입니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정부가 뭔가를 설명하고 설득하고 해결해주려는 자세보단 먼저 들어주고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현장 대화를 통해 정책을 구상하고 집행하는데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정책 추진의 힘도 얻습니다. 농어업의 특성상 현장에 문제가 있고 답도 있어 백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것이 더 나은 것이죠.

농어업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지원해 달라고 하진 않죠. 다양하고 구체적인 요구와 아이디어를 제안해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기술개발이나 농업기술센터 기능을 생산 중심에서 가공·마케팅 중심으로 전환해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자금지원 등을 요구합니다.

-농협개혁에 대한 장관의 소신은.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치중하고 농산물 판매에는 소홀해 농민들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농민을 위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죠.

농협 개혁은 농협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농업인의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 농업인에게 혜택을 되돌려주고 농협도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농업인을 위한 농협으로의 개혁을 위해 작년 12월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개혁방향을 두 차례나 발표했습니다. 지난 4월에도 농협 지배구조 개편 등 1차 농협법 개정을 마친 상태구요. 연말까진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을 담는 농협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올해 농식품 수출 목표치 달성이 어려울 것 같은데.

“전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고자 연초부터 각종 수출대책을 추진했지만 전년 수준의 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예요.

지난달까지의 농식품 수출액은 32억4000만 달러(잠정치)로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9% 증가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올해 수출목표인 53억 달러 달성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달부터 시작한 120일 특별대책 추진으로 목표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자체 수출참여 인센티브, 100대 수출기업 특별 지원체계 구축, 수출물류비 5% 추가지원 등도 추진 중입니다.“

-친환경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도 많은 고심 중이라는데.

“경남 고성군은 군수가 앞장서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거죠.

이로써 비용은 60%나 줄이면서 생산은 6% 늘렸고, 가격은 더 높게 받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비료와 농약이 아니면 농사가 어렵다는 생각은 바꿔야 합니다. 특히 개방화시대에 있어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은 친환경농업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친환경농업이 우리 농업 전반에 확산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농식품 장관으로 꿈이나 포부가 있다면.

“네덜란드는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농업경영체가 2000여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10억원 이상 매출 농가가 183개에 불과해요. 영농조합법인을 포함하면 모두 1000개 쯤 되죠.

농업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실력을 믿고 앞장 서 끌고 나가준다면 100억원 매출 농업경영체 1000개의 꿈은 현실로 이뤄질 것입니다.

농업, 어업 식품 모두 마찬가지예요. 식량수요는 날이 갈수록 점점 느는 확대 시장. 그야말로 차세대 먹을거리 신성장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담=오승연 글로벌 기획위원
정리=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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