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응급실 셧다운에 드러난 김병삼 영천시장 리더십…시험대서 무너진 '책임 행정'

  • 10만 생명선 붕괴하는데…'도망치지 않겠다'던 시장의 무거운 침묵

  • '삶터는 굳건하게' 슬로건 무색…100일 잔치 박수 뒤에 묵혀둔 응급실 미해결 과제

아주경제 정치사회부 기자
아주경제 정치사회부 기자.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어떠한 위기 앞에서도 행정의 최전선에 서야 하는 엄중한 정치적·법적 책무를 지는 자리다.

그러나 영천의 유일한 응급실이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부분적으로 문을 닫으며 10만 시민의 생명선이 흔들리는 동안 영천시가 보여준 태도는 '침묵'과 '소극적 관망'에 가까웠다.

수많은 고령의 어르신들과 중증 응급환자들이 대구와 경산 등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며 골든타임을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지자체의 '행정적 침묵'은 단순한 소극성을 넘어 시민의 생존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단 영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의료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러한 상황 앞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행정적 노력만큼은 최선을 다해야 마땅하다.

민선 9기가 출범한 지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영천의 유일한 응급실이 부분 휴진하는 상황이 현실화됐다.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불과 2026년 초 영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던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병삼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내놓았던 목소리는 뜨겁고 결연했다.

"영천의 문제 앞에서 눈을 돌리지 않겠다. 도망치지 않겠다."

"현실 앞에서 '괜찮다'는 말로는 시민을 위로할 수 없다. 누군가는 방향을 정하고 책임지고 실행해야 하며 그 역할을 외면하지 않겠다"

"나는 왜 이 자리에 있는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

출마 당시 그가 던진 말 하나하나는 무거웠고 시민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다짐도 분명했다.

그러나 시장직에 오른 지금 그때 강조했던 책임 행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장이 되기 전 "도망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던 결기와 응급실 부분 휴진 사태에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현재 모습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괴리가 있다.

달라진 것은 여건만이 아니다. 위기를 대하는 행정의 대응 방식 역시 시민의 평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김병삼 시장의 리더십은 생각보다 일찍 시험대에 올랐다.

인구 10만 선이 무너진 초고령화 지역에서 중증 환자의 관외 이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가 강조했던 '책임 행정'은 아직 뚜렷한 해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취임 100일 기념식에서 '삶터는 굳건하게'를 외치며 600여명 시민의 박수를 받던 그 순간에도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실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었다.

전국적인 의사 인건비 상승 속에서도 영남대 영천병원은 월 급여 78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으나 5개월째 의사를 구하지 못했다.

반면 영천시는 협약 기간이 끝난 뒤 병원과의 후속 협력 방안을 뚜렷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영천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에서 정작 예산권과 집행권이 없는 영천시의회가 뒤늦게 중재자로 나서는 모습도 나타났다.

응급의료 문제의 책임을 시의회와 민간 병원에만 맡겨둔 채 지자체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지자체장이라는 권한과 책임을 맡았다면 시민의 생명이 걸린 위기 상황에서 그에 따르는 책무 역시 감당해야 한다.

"살 수 있는 도시,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던 출마 당시의 약속이 진심이었다면 김병삼 영천시장은 더 이상 '민간 병원' 뒤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

시장이 직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병원과 시의회·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 앞에서 적극 행정으로 책임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초기부터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인지 10만 영천 시민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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