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고 만드는 K-공연…체험·AI 자막으로 외국인 사로잡는다

  • 외국인 관광객 여행패턴 문화예술 체험으로… 공연 소비 48.8% 급증

  • 넌버벌 공연 '페인터즈,' 출연배우와 마블링 에코백 만들기 체험 인기

  • 춤·연기·그림으로 채운 무대… 한국어 몰라도 함께 즐길수 있어 호평

  • 대사 많은 연극·뮤지컬엔 'AI 자막안경' 지원… 관람 환경 개선 힘써

페인터즈 공연 관람 후 외국인 관람객들이 마블링 에코백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상헌 기자
페인터즈 공연 관람 후 외국인 관람객들이 마블링 에코백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상헌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명소 방문에서 문화 예술을 보고 직접 즐기는 체험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외국인 소비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K-공연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7월 외국인의 국내 공연 업종 카드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8% 급증했다. 방한 외국인의 체험활동 관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량에서도 콘서트를 포함한 공연 관람이 약 2만6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공연관광협회가 집계한 주요 공연의 외국인 관람객도 2023년 약 40만8000명에서 2024년 54만명, 2025년 57만4000명으로 2년 새 약 41%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대만(19만8000명)과 중국(13만6000명)이 전체의 약 58%를 차지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공연관광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16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외국인 관광객 대상 공연관광 활성화 캠페인 코리아 인 모션을 추진하고 있다. 공연을 한국 여행 중 즐길 관광상품으로 알리고 할인, 체험 기회를 제공해 공연 관람 외래객을 늘린다는 취지다.

캠페인 기간에는 일본, 미국, 홍콩, 싱가포르(이상 클룩), 중국(씨트립), 대만(케이케이데이) 등 시장별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 할인기획전을 운영하고 공연 전후 직접 참여하는 특별 체험상품도 처음 선보였다. 넌버벌 공연 페인터즈는 출연 배우와 마블링 에코백을 만드는 체험을 마련했다. 난타는 갓 키링 만들기를, 점프는 김용 그랜드 마스터와 함께하는 태권도 체험을 운영한다. 전통공연 영재한음회의 국악기 체험, 뮤지컬 소크라테스 패러독스의 응원봉 만들기와 커튼콜 참여도 진행된다. 해외 유튜버 15명도 홍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넌버벌 공연 페인터즈를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넌버벌 공연 페인터즈를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객석 메운 외국인 관람객…무대 위 체험으로 이어진 공연의 열기

지난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페인터즈 광화문 전용관의 로비와 객석은 평일 낮 시간대인데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광화문(330석)과 서대문(400석) 2개 전용관을 운영하는 페인터즈의 하루 관객은 내·외국인을 합쳐 약 1000명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더 높다. 외국인과 내국인 비율은 7대 3 수준이다.

현장에서 만난 박민우 페인터즈 마케팅 팀장은 외국인 관객 증가세에 대해 "관람객이 크게 줄었던 코로나19 시기를 지난 이후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외국인 관람객이 가장 많았던 2019년 수준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4명의 배우가 대사 한마디 없이 춤과 연기, 그림으로 75분간 무대를 이끌었다. 물 위에 물감을 흩뿌리는 마블링과 드로잉으로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나 고흐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 입체 영상과 어우러져 완성될 때마다 객석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코미디 순서에서는 공연장 전체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공연의 여운은 마블링 에코백 만들기 체험으로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방금 공연이 펼쳐진 무대에 올라 장갑을 끼고 대형 수조 앞에 섰다. 수면 위에 물감을 떨어뜨려 무늬를 만든 뒤 흰 에코백을 덮었다가 들어 올리자 세상에 하나뿐인 마블링 가방이 완성됐다. 배우들은 참가자들 곁에서 시범을 보이며 손동작을 도왔다.

박 팀장은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소를 다니는 것 이상으로 나만의 경험과 SNS에 올릴 콘텐츠를 중요시한다"며 "공연을 본 무대에서 배우들과 체험하고 선물까지 가져가니 본국에 돌아가서도 더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인터즈 공연 관람 후 외국인 관람객들이 마블링 에코백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페인터즈 공연 관람 후 외국인 관람객들이 마블링 에코백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외국인 관람객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중국 충칭에서 온 한 관람객은 "한국 방문도, 페인터즈 관람도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놀랍고 멋진 공연이었다. 고향 친구들도 꼭 페인터즈를 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만에서 온 관람객 애나 씨는 "창의적인 요소가 많은 공연"이라며 "대만 사람들이 서울에 방문한다면 꼭 보러 오길 바란다"고 추천했다.

공연 후 체험까지 진행한 튀르키예 출신 제렌 일디즈한 씨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그림이 춤과 음악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며 "체험에서는 물 위에 무늬를 그리는 튀르키예 전통 에브루 예술이 떠올라 더욱 특별하고 친숙하게 느껴졌다. 공연을 본 뒤에 체험으로 마무리한 점이 특히 좋았다"고 했다.

일본에서 온 모모 씨는 언어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국어를 몰라 걱정했지만 대사가 없는 공연이라 괜찮았다. 75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며 "체험도 친절하게 설명해 줘 즐겁게 참여했다. 좋은 추억이자 기념품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외국인 관람객들이 인공지능AI 스마트 자막안경을 활용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외국인 관람객들이 인공지능(AI) 스마트 자막안경을 활용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언어 장벽 낮추는 AI 스마트 자막안경…대사 중심 연극·뮤지컬로 영역 확장

넌버벌 공연과 달리 한국어 대사 비중이 높은 연극과 뮤지컬은 언어가 걸림돌이다. 관광공사의 2026년 공연관광 현황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람이 가능한 대사 중심 공연의 78.6%가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대만, 일본의 한국 공연 관람 의향자 360명 중 94.9%는 자막·번역 서비스가 관람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관광공사는 인공지능(AI) 스마트 자막안경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번체) 자막을 지원하는 스마트 시어터 사업을 캠페인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선정된 지원 대상은 연극 불편한 편의점, 오백에 삼십, 뮤지컬 김종욱 찾기, 아나키스트 등 12개 공연이다. 7월부터 11월까지 이들 공연에 자막안경 운영 실비와 외국어 번역, 감수를 지원한다. 12개 공연 가운데 6개는 지난해에도 자막 운영을 지원받았다. 캠페인 기간에는 자막 서비스가 가능한 공연의 OTA(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 등록을 돕고 하이커 그라운드와 대학로 팝업 부스에서 관광객들이 자막안경을 직접 써볼 수 있게 했다.

AI 자막안경을 쓰고 공연을 본 미국 출신 모나 씨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그는 "자막 위치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며 "다른 뮤지컬을 봤을 때는 무대 아래쪽 TV 화면에 자막이 나와 공연을 놓치곤 했는데 자막안경 덕분에 공연을 보면서 동시에 자막을 읽을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한국어를 조금 할 수 있더라도 일상 대화와 달리 뮤지컬의 노래와 내용을 이해하는 건 어려울 수 있는데 자막안경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넌버벌 공연 페인터즈를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강상헌 기자
넌버벌 공연 페인터즈를 관람하고 있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강상헌 기자]
 
◆만족도 93.8% 달하는 K-공연…잠재 수요 살려 관람객 늘린다

관광공사가 관람 환경 개선과 체험 상품 확대에 주력하는 배경에는 한국 공연 경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를 보면 공연 관람 만족도는 93.8%로 높았지만 방한객 중 연극, 뮤지컬, 발레 등 공연 관람 참여 비율은 4.4%에 그쳤다. 방한 전 공연·관람 티켓을 미리 예약한 비율도 9.0%에 머물렀다.

잠재 수요는 풍부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해외 한류 경험자의 34.4%는 K-팝을 제외한 한국 공연이 자국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다고 답했다. 웹툰(32.2%)보다 높았다. 관광공사의 2025 잠재 방한여행객 조사에서도 한국 방문 의향자 중 일반 문화예술 관람 희망은 34.1%로 전년보다 8.0%포인트 늘었다. 다만 실제 경험 비율은 35.1%로 음식(78.0%), 영화(77.9%)와 격차가 컸다.

관광공사는 관심을 실제 관람으로 잇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만성 한국관광공사 한류콘텐츠팀장은 "이번 캠페인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직접 관람하고 체험하며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 특히 AI 자막안경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언어 장벽을 낮추고 외국인 관광객의 공연 관람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한국 공연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람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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