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수사반장'부터 '한국인의 밥상'까지…세대 아우른 '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지난 2024년 3월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치주과학회와 동국제약이 공동 주최한 오래 사는 세상 잇몸관리로 젊고 건강하게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모습 2024032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사진은 지난 2024년 3월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대한치주과학회와 동국제약이 공동 주최한 '오래 사는 세상, 잇몸관리로 젊고 건강하게!' 캠페인 행사에 참석한 모습. 2024.03.2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 드라마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원로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대중과 함께 웃고 울며 '국민 아버지'이자 '영원한 수사반장'으로 불렸던 고인의 별세 소식에 대중문화계는 큰 슬픔에 잠겼다.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전날(29일) 밤 10시경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향년 87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이후 거동이 불편해지며 2011년부터 14년간 전국의 밥상을 찾아다녔던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 치료에 전념했으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39년 인천 제물포구(당시 동구)에서 태어난 최불암은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거치며 연기에 발을 들였다. 당초 연출가를 지망했던 그는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연극 '햄릿'으로 데뷔,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본격적인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브라운관과의 인연은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발탁되면서부터다. 20대의 나이에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 평생 연기의 동반자가 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고인의 연기 인생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축은 단연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과 '전원일기'(1980~2002)다. '수사반장'에서 그는 인간미 넘치면서도 날카로운 직관을 지닌 박영한 반장으로 분해 무려 18년간 맹활약하며 한국 수사물의 기틀을 닦았다. 이로 인해 경찰 이미지를 제고한 공로로 1972년 명예경찰관으로 위촉됐고,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는 무려 22년간 양촌리 김 회장 역을 맡았다. 동료 배우 김혜자와 부부로 호흡을 맞춘 그는 근엄하면서도 따뜻한 한국의 전통적인 아버지상을 완벽히 구현해 내며 '국민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이외에도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등 시대를 관통하는 명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67년 연기 인생 동안 최불암은 장르와 비중, 배역을 가리지 않았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MBC 개국 드라마 '역풍'(1969)에서 노인 역을 소화했고, 40대에는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 이승만 전 대통령 역을 열연했다. '여명의 눈동자', '미망', '영웅시대', '궁', '식객' 등 다수의 안방극장 흥행작에서도 든든한 중심축 역할을 했다.

스크린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만종'(1970), '영자의 전성시대'(1975), '진짜진짜 좋아해'(1978), '기쁜 우리 젊은 날'(1987)부터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영화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빛냈다. 지난 2018년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25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열정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수사반장'의 프리퀄 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특별 출연해 깊은 감동을 안겼다.

고인은 연기 외에도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이끌며 시사교양 진행자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유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매력, 고개를 젖히며 터뜨리는 '파하~' 웃음은 1990년대 '최불암 시리즈'라는 유머집을 유행시킬 만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정계와의 인연도 화제였다. 드라마 속 인연으로 친분을 쌓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로 1992년 통일국민당 소속 제14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5대 총선 낙선 후 1996년 본업으로 복귀했다.

대중문화 예술계 발전에 헌신한 고인은 생전 백상예술대상(TV 부문·연극 부문 최우수연기상),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어 대중문화 예술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등을 맡으며 소외된 이웃과 어린이들을 위한 나눔 활동에도 평생을 바쳤다.

한 평생 아내만 바라본 순애보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동료 배우 김민자에게 첫눈에 반해 KBS로 적을 옮겨 함께 연극 무대에 오르는 등 4년간의 열띤 구애 끝에 1970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수십 년간 안방을 지켜온 든든한 거목 최불암은 이제 그가 남긴 숱한 명작들과 호쾌한 미소를 남긴 채 영면에 들었다. 유족으로는 평생을 함께한 아내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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