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로 찾았다…튀르키예 땅속에 잠든 2000년 전 도시

  • 한-튀르키예 공동 퀠테페 유적 발굴

  • 한국 기술 통해 헬레니즘 건축 유구 찾아내

사진국가유산청
[사진=국가유산청]

"퀠테페 발굴 역사상 한국과의 공동발굴 성과는 유례없는 것이다."

피크리 쿨라코울루 앙카라대학교 교수는 27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과 튀르키예 공동으로 진행한 퀼테페 유적 발굴 성과를 이처럼 평했다. 

한국의 지하물리 탐사 기술을 활용해 그동안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4세기 말~기원전 1세기)의 대규모 건축 유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체계적인 발굴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중부 카이세리에 있는 퀼테페 유적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아나톨리아를 잇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이곳에서 출토된 2만3000여 점의 점토판에는 당시 상인들의 교역과 일상생활이 기록돼 있으며, 관련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그동안 문헌을 통해 헬레니즘 시대에도 이곳에 대규모 도시와 사원, 궁전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고고학적 증거는 부족했다.

그런데 지난해 시작된 한국과 튀르키예의 공동발굴이 새 전기를 마련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퀼테페 상부 도시 중심부에 있는 와르샤마 궁전 동쪽 지역을 조사했다. 지하물리탐사에서 동남쪽 지점의 이상 신호를 포착했고, 이를 토대로 발굴에 나선 결과 헬레니즘 시대의 문화층과 건축 유구를 확인했다.
 
사진국가유산청
[사진=국가유산청]

가장 주목되는 발견은 모자이크 바닥이 남아 있는 건물지다. 모자이크의 원래 크기는 2.5m 이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 일대에 최소 3개 건물이 연결된 복합건축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길이 10m 이상 이어지는 석축 유구도 발견됐다. 일반 가옥보다 규모가 큰 건축물이 들어서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와 관련해 세계유산등재도 추진할 계획이다. 

쿨라코울루 교수는 "모자이크를 볼 때 부유층이나 귀족의 주거 공간이 아니라 숭배나 제사를 위한 장소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합건축물이 확인된 만큼 이곳에 상당한 규모의 도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발견된 모자이크는 단순한 형태지만 앞으로 문양이 있는 모자이크도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발굴의 핵심은 한국의 과학적 조사 기술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하물리탐사를 통해 땅속의 이상 지점을 먼저 파악한 뒤 발굴 범위를 정함으로써 짧은 기간에 주요 유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발굴 과정에서는 동물 모양 토기 등 출토 유물에 대한 고해상도 3차원(3D) 디지털 측량과 정밀 실측도면 제작도 이뤄졌다.

쿨라코울루 교수는 "한국 정부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과 철저한 사전 조사 덕분에 빠르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당초 와르샤마 궁전의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시작한 조사가 헬레니즘 시대 건축물의 발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앙 아나톨리아에서 헬레니즘 시대 도시의 규모를 체계적인 발굴을 통해 확인한 사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진국가유산청
[사진=국가유산청]

퀼테페에서는 한국 외에도 이탈리아,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조사와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사업을 통해 기존의 한국사 관련 유적 중심이었던 국외 발굴조사를 세계 고대문명 연구로 확대했다는 의미도 갖는다.

양국은 앞으로 발굴과 공동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내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퀼테페 유적 관련 전시도 개최할 계획이다. 뷜렌트 괴뉠타쉬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부총국장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양국은 형제의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발굴뿐 아니라 전시 등 다양한 분야로 역사·문화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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