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인구가 늘어난다고 저절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로가 넓어져도 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출근해야 하고, 아이를 키우거나 부모를 돌보는 일이 여전히 버겁다면 도시의 외형이 커진 만큼 시민의 삶까지 나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의 지난 10월 행보를 살펴보면 남양주가 처한 현실과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취임 100일을 맞아 그동안의 시정 운영을 점검하는 한편 중앙정부를 찾아 광역교통망 확충을 건의하고,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의 개발 절차를 진전시키며, 지역 기업인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등 도시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 6일 남양주시가 발표한 민선 9기 출범 100일의 내용은 최 시장이 어떤 문제에 집중했는지를 보여준다. 취임 이후 16개 읍면동에서 운영한 현장시장실을 통해 주요 현장 36곳을 방문했고, 시민 822명이 참여한 간담회에서는 모두 347건의 건의사항이 접수됐다.
최 시장은 정부와의 협의를 이어가고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성과를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발표했느냐보다 이미 시작한 일을 어디까지 진전시켰고 시민들의 생활을 얼마나 바꿔놓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왕숙신도시와 신규 공공택지 조성으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통시설이 제때 갖춰지지 않으면 입주민들은 출퇴근과 통학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별내선 연장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지만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것은 아니며, GTX 신규 노선 역시 국가계획 반영이라는 중요한 절차가 남아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의 개발실시계획이 승인·고시되면서 약 120만㎡ 규모의 첨단산업 거점 조성이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남양주시는 이곳에 인공지능과 바이오, 연구개발, 첨단제조 분야의 기업을 유치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양주는 인구 74만 명을 넘어 100만 도시를 바라보고 있지만 지역 내 산업 기반은 도시의 규모에 비해 취약한 편이다. 최 시장도 취임 100일 인터뷰에서 재정자립도가 27% 수준이고 지역내총생산이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30위라는 점을 언급하며, 인구 증가에 걸맞은 자족 기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최 시장은 지난 24일 경기동부상공회의소 이홍균 회장 등 회장단과 만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 우리 기업인들이야말로 최고의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와 와부읍 일대에 구상 중인 농생명바이오클러스터가 외부 앵커기업 유치뿐 아니라 기존 지역 기업과의 협업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026년 10월 25일자 아주경제 보도)
이날 최 시장은 기업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고 조례 개정과 상위법령 개정 건의, 관계 부서 간 신속한 협의 등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정작 지역 기업들이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경제적 효과가 외부로 빠져나간다면 시민들이 기대하는 자족도시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실역행(務實力行: 실질을 중시하고 힘써 실천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최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중앙정부와의 면담이나 기업인 간담회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회의 횟수나 발표 자료가 아니라 달라진 출퇴근길과 늘어난 일자리, 한결 나아진 생활환경이다.
최현덕 시장이 지난 10월 보여준 행보가 그 미래를 향한 준비였다면, 앞으로는 그 준비가 시민의 삶에서 어떤 결실을 맺는지 보여줘야 한다. 최현덕 시장이 꿈꾸는 남양주도 결국 그 기준에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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