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기관 이전, 생태계부터 봐야

  • 기관 이전보다 지역 금융 생태계 정착이 관건

홍승완 금융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홍승완 금융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면 또 다른 숲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옮기는 과정에서 뿌리가 상하면 생명력이 약해질 수 있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내걸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금융기관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과 국책은행 등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지역 소멸과 수도권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부 문제의식에는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다. 금융 공공기관과 국책은행 이전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옮겨 심을 것이냐다. 금융기관을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도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국가 전략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벤처·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등 산업 현장과 밀접하게 움직인다. 금융당국과 국회, 기업 본사, 국내외 금융회사가 촘촘하게 연결돼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에서 말하는 '집적 효과'도 이런 연결에서 나온다. 금융 전문인력의 채용과 이동, 기업·투자자와의 대면 협업, 법률·회계·정보기술(IT) 기업과의 연계 등 금융 생태계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을 때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금융·IT 인력이 한 곳에 모여 경쟁력을 만드는 상황에서 이를 인위적으로 분산할 경우 산업의 집적 효과가 약화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관 이전이 곧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전에 따른 비용과 인력 이탈, 업무 비효율을 감수하고도 지역에 돌아가는 편익이 충분히 큰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기관 몇 곳을 옮겼느냐가 아니라 지역에 어떤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냈느냐가 균형발전의 성적표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이전 기관의 정주 여건이나 총인건비 문제도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이전부터 서두르는 게 맞는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총인건비제는 공공기관이 정해진 인건비 총액 범위 안에서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방 이전 과정에서 전문인력 확보나 처우 개선이 필요해도 보상 체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균형발전은 필요한 정책이다. 지역에 금융기관이 자리 잡고 관련 기업과 인력이 뒤따른다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금융·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옮기느냐'보다 이전 이후 어떤 기능과 인력이 함께 움직이고, 해당 지역에서 어떤 산업적 연계가 만들어지느냐다.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이전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은 자리를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주변과 어우러져 자랄 때 숲이 만들어지고, 비로소 옮겨 심은 의미가 생긴다. 금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다. 균형 발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금융 산업의 생명력이 훼손되지 않을 방식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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