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준비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정부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안을 두고 한 말이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두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책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는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발단은 ISA였다. 정부는 지난달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ISA의 연간 납입한도 이월을 폐지하고 계약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존 ISA 가입자의 혜택을 줄이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해외주식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선택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결국 정부는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이후 입장을 바꿨다. 지난 1일 확정한 최종 세제개편안에서는 기존 ISA의 납입한도 이월을 허용하고 계약기간도 무기한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생산적 금융 ISA 역시 관련 제한을 손질했다.
부동산 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당초 비거주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200%로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종안에서는 기본공제 12억원과 세 부담 상한 1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불과 29일 만에 주요 내용이 되돌아간 것이다. 정책을 고치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입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가 있는 제도를 수정하는 것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왜 처음부터 그랬느냐'는 데 있다.
세제에서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가 예측 가능성이다. 개인의 자산관리부터 기업의 투자와 경영계획까지 장기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순히 올해 세금이 얼마 오르고 내리는지의 문제를 넘어 앞으로 어떤 제도가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경제주체도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
특히 ISA는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정부가 이번 개편에서 국내 자본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납입한도 이월을 없애고 계약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이 기존 가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살폈어야 했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등 소득 변동성이 큰 가입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장기투자를 유도한다는 ISA의 본래 취지와 충돌하지 않는지 등을 말이다.
ISA와 함께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역시 대통령의 재검토 대상이 됐다. 정부는 최종안에서 관련 내용을 그대로 확정하기보다 당정 논의와 국회 심사 과정에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자본시장 관련 세제정책 상당수가 발표 직후부터 수정과 보완의 대상이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거듭될 때다. 발표하고, 반발하고, 다시 고치는 과정이 반복되면 국민에게 남는 것은 정책의 취지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더욱이 세제는 한번 바꾸면 되돌리는 데도 비용이 든다. 세제 혜택을 기대하고 투자계획을 세웠던 사람이나 제도 변화를 전제로 경영계획을 짠 기업 입장에서는 정책이 바뀔 때마다 판단을 수정해야 한다. 국민에게 장기투자를 주문하면서 정부 스스로 세제의 방향을 한 달 만에 바꾼다면 정책의 신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유턴한 것을 두고 소통의 성과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좋은 정부는 애초에 유턴할 필요가 적은 정책을 내놓는 정부다.
세제개편은 정부가 국민에게 제시하는 약속과도 같다. 이번 세제개편이 남긴 가장 큰 과제는 세율이나 공제액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앞으로 어떤 원칙으로 세제를 설계하고 그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켜갈 것인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