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병사 대신 짐 나르고 부상자 후송…한화 창원공장서 본 '무인 지상전'

  • 450Kg 싣는 아리온스멧, 내년 육군·해병대 공급

  • 자동 추종·자율수송으로 병력 부담 대폭 줄어들어

‘정성과 혼을 담아 명품을 만들자.’
 
지난 14일 찾은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공장 안에 걸린 문구 아래로 차체 조립 작업이 분주하게 이어졌다. 육중한 군용 장비를 만드는 공장이라 소음부터 떠올렸지만, 내부는 예상보다 쾌적했다. 섭씨 30도 안팎의 바깥 날씨와 달리 실내 공기도 시원했다.

공장 곳곳에 놓인 사막색 장비들은 중동으로 뻗어가는 K방산의 수출 현황을 보여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대공포 등의 수요가 많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중동 국가에서 공장을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다연장 정밀 유도무기 천무가 생산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다연장 정밀 유도무기 천무가 생산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차분했던 생산 현장의 분위기는 장비 기동 시연에서 바뀌었다. 타이곤과 천무,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 대표 장비들이 우렁찬 엔진음을 내며 움직였다. 그 사이에서 눈길을 붙잡은 것은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무인지상차량(UGV)이었다. 테미스와 아리온스멧, 그룬트가 원격 통제에 따라 이동했다. 병사가 직접 타고 조종하던 지상 장비의 역할을 무인체계가 이어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날 시연의 중심에는 다목적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이 있었다. 외형은 사륜 오토바이인 ATV를 떠올리게 했지만, 맡게 될 임무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선다. 병사를 따라 군수품을 나르고, 부상자를 후송하며, 필요할 때는 전투를 지원하는 보병부대의 무인 지원차량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우리 군이 도입하는 3세대 아리온스멧의 적재중량은 약 450㎏이다. 병사들이 나눠 짊어져야 할 탄약과 물자를 차량에 실어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병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급과 운반에 투입되는 인원을 줄이고, 병사가 전투 임무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우리군의 선택을 받은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궤도형 UGV 테미스THeMIS 4세대 무인차량 그룬트GRUNT 등 UGV 3종이 성능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우리군의 선택을 받은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궤도형 UGV 테미스(THeMIS), 4세대 무인차량 그룬트(GRUNT) 등 UGV 3종이 성능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운용 방식도 병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앞서가는 병사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추종 기능을 갖췄고, 지정된 위치로 물자를 운반하는 자율수송도 가능하다. 조종자가 이동 경로 내내 차량을 직접 조작해야 하는 부담을 줄인 것이다. 산악지형에서 탄약과 보급품을 옮기거나 전투 중 부상자를 후송하는 임무에 활용하면 병력의 체력 소모와 위험지역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야지에서 움직이기 위한 설계도 눈에 띄었다. 아리온스멧은 공기를 넣지 않는 에어리스 타이어를 장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기압을 사용하는 타이어와 달리 피탄에 따른 펑크 우려를 줄이고, 야지 접지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등판 능력은 경사도 60%도 거뜬한 수준이며,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바꾸는 기동도 가능하다. 산길과 비포장 구간, 이동 공간이 제한된 지역에서 보병을 지원하려면 적재 능력 못지않게 필요한 성능이다.
 
수송차량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AI 기반 원격사격통제 기능을 갖춰 전투 지원 임무까지 염두에 뒀다. 시연에서는 차량이 움직이는 동안에도 표적을 계속 추적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AI를 활용해 360도 전 방향의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자를 나르던 무인차량이 전투 상황에서는 병사의 움직임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함께 모습을 드러낸 테미스는 궤도형이라는 점에서 아리온스멧과 구별됐다. 좌우 궤도 사이에 임무 장비를 탑재하는 구조로, 모듈식 설계를 적용해 용도에 따라 장비를 바꾸기 쉽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하나의 차체를 기반으로 임무에 맞는 장비를 교체할 수 있다면 부대가 필요로 하는 기능에 맞춰 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무인차량이 병사의 임무를 나눠 맡는 구상은 실제 군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7일 아리온스멧의 생산체계 구축·가동 계획과 지상방산 무인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아리온스멧은 지난 4일 방위사업청과 양산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육군과 해병대 보병부대에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이 병사 추종 기동을 시연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이 병사 추종 기동을 시연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양산을 맡는 곳이 이번에 방문한 창원2사업장이다. 1984년 설립된 이곳은 약 6만 평 규모로, K200과 K21 등 기동장비부터 천무·천궁Ⅱ 발사대까지 생산한다. 기존 주력 무기체계를 만들던 생산기지에서 우리 군의 첫 다목적무인차량 양산도 시작되는 것이다.
 
군 도입 이후의 운용을 뒷받침할 공급망도 구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구조물과 배터리, 항법장치, 라이다, 원격통제 부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사 40여 곳과 협력체계를 마련했다. 회사가 밝힌 아리온스멧의 국산화율은 98% 이상이다. 주요 부품의 국내 조달을 통해 후속 군수지원과 유지보수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무인화는 보병을 따라가는 소형 차량에서 더 무거운 전투 임무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소형·중형·대형을 아우르는 UGV 공통플랫폼 6종을 확보할 계획이다. 10t 미만 다목적무인차량을 비롯해 20t 미만 중형급 궤도형 로봇전투차량(T-RCV), 30t급 대형 무인전투차량(H-UGV)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유인 장비의 무인화도 추진한다. K9 자주포와 천무,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는 2029년까지 필요에 따라 무인으로 운용할 수 있는 선택적 유무인체계 전환을 목표로 잡았다.
 
병력 감소에 대응하는 무인체계의 가치는 병사 몇 명을 차량 한 대로 대체할 수 있느냐는 숫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탄약을 나르는 병사의 체력을 아끼고, 위험지역에 들어가는 인원을 줄이며, 한정된 병력으로 더 많은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
 
이날 창원공장에서 움직인 UGV들은 그 변화가 시작될 지점을 보여줬다. 병사의 뒤를 따라 짐을 나르는 작은 차량에서 출발한 무인화가 포병과 기계화부대의 전투 방식까지 바꾸는 것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시한 다음 목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