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사토시홀딩스는 지난해 이후 사명을 네 차례 바꿨다. 현재의 사명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해 11월 개명했다. 최근엔 우주·항공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신사업에 추가했다. 그런데 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은 온라인 건강식품 판매, 여성 속옷·의류 판매에서 나온다. 그나마 본업은 적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회사는 묘한 금융거래를 진행했다. 외부에서 조달한 빚으로 최대주주 측 유상증자 대금을 메우고, 이 과정에서 자회사가 최대주주로 탈바꿈하는 일도 빚어졌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복잡한 거래의 목적은 뭘까.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토시홀딩스는 최근 루센트투자조합 등을 대상으로 추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이 유입되자마자 제11회·12회·14회차 CB와 단기차입금을 연이어 만기 전에 취득해 상환 처리했다. 시장에선 이번 유상증자와 CB 상환 거래가 회사의 정상화나 신사업 투자가 아닌, 전 최대주주 측의 현금화를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은 이렇다. 사토시홀딩스는 건강기능식품 및 온라인 커머스 본업의 부진으로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26억2094만원, 당기순손실 93억7432만원을 기록했다. 반기검토보고서 상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회사 측은 주가 방어와 명분 확보 등을 위해 우주·드론 관제와 AI 데이터센터 광통신(FIBER) 신사업을 앞세웠다. 하지만 상반기 전체 매출(81억3692만원)의 대부분은 여전히 건기식·커머스 등 기존 본업에서 발생했고 우주·AI 등 신사업 관련 상반기 매출액은 700만원(드론)에 불과했다.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하자 사토시홀딩스는 지난달 26일 보유 중이던 자회사 한국첨단소재 지분 전량(346만6056주·지분율 12.14%)을 나카모토투자조합과 플레이크에 105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그러나 사토시홀딩스로 유입된 현금은 단 1원도 없었다. 나카모토조합과 플레이크가 보유하고 있던 사토시홀딩스 CB 108억원(액면가 기준)과 매각 대금을 상계 처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불과 2주 만에 최대주주 관계가 반대로 뒤집히는 M&A가 펼쳐졌다. 한국첨단소재 지분을 넘겨받은 나카모토투자조합 측이 새 주인이 된 후, 한국첨단소재는 9월 2일 147억원 규모의 사모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어 이 돈을 자회사인 루센트투자조합에 출자했고 루센트투자조합이 사토시홀딩스의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하며 사토시홀딩스의 새로운 최대주주(지분율 35.97%)로 올라섰다. 불과 2주 사이에 '사토시홀딩스 → 한국첨단소재'였던 지배구조가 '한국첨단소재 → 루센트투자조합 → 사토시홀딩스'로 뒤바뀐 셈이다.
유상증자로 피인수법인인 사토시홀딩스에 들어간 현금의 행방도 문제다. 사토시홀딩스는 1차 유증 대금 70억원이 입금된 직후인 9월 10일, 전 최대주주이자 사실상 지배주주인 김병진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개인회사 퍼플렉시티가 쥐고 있던 제12회차 CB 50억원을 만기 전에 사들였다. 이어 9월 15일에는 상상인저축은행이 보유한 제11회차 CB 20억원과 전 최대주주 메타플렉스의 제14회차 CB 10억원, 그리고 개인 채권자 이준민씨의 CB 3억원을 추가로 조기 상환했다. 외부 빚으로 조달한 유증 대금이 결국 전 대주주 개인회사와 금융채권자의 현금 엑시트 창구로 쓰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체 현금 창출력이 없고 감사의견 거절까지 받은 상태에서 외부 빚으로 조성한 유증 자금이 전 대주주 개인회사와 특정 채권자의 CB 상환으로 곧장 빠져나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리스크는 결국 소액주주(지분율 41.83%)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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