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최근 6개월 새 9% 가까이 하락하며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달러 강세가 완화된 가운데 국내 수급 여건까지 개선되면서 한때 1500원대를 웃돌던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다만 최근 환율 하락을 이끌었던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 영향력이 약해지는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계감까지 커지면서 원화 강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 대비 9.2원 오른 1368.6원을 기록했다. 불과 2개월 전 1500원대를 웃돌던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오면서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높아진 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에는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 개선과 달러화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이 늘어난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 들어 환율의 추가 하락을 제약할 요인이 나타나고 있다.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그동안처럼 환율 하락을 이끌 만큼 지속적으로 유입될지 불확실해진 가운데 미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경계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과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달러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까지 오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부각된 점도 변수다.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이 시장 기대보다 덜 완화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달러화 약세를 제한하고 원·달러 환율의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과거의 환율 수준만으로 현재 원화 가치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 8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결회의에서 적정 환율 수준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시장 발달 등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해 현재 환율 수준과 흐름이 적정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한은이 활용하는 실효환율은 교역 가중치를 바탕으로 산출되고 있는 만큼, 최근 크게 확대된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와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까지 반영한 새로운 원화지수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는 과거에 비해 국내외 자본 이동이 크게 확대된 만큼 환율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환율이 1300원대까지 내려왔다고 해서 과거의 환율 수준과 단순 비교해 원화 가치가 높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보다는 낙폭이 제한되거나 단기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수급 요인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연준의 통화정책과 국제유가, 달러화 흐름 등이 환율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1320원 선을 하단으로 낙폭이 축소되는 흐름을 예상한다"며 "일방적인 원화 절상을 이끌었던 국내 수급 요인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당분간 달러 약세 압력은 상당히 제한되거나 오히려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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