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2차 제재하는 이른바 '왕따 작전'에 나섰다. 디지털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분야가 대상이다.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석유 수익을 지원한 60여 개 개인·기업·선박에도 신규 제재를 가했다. 이란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종전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제재만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경제 제재는 상대국의 비용을 높이고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과거 사례가 방증한다. 미국과 서방은 오랫동안 이란을 비롯해 이라크와 러시아 등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해 상당한 충격을 줬지만 정권의 전략적 목표나 정치적 행동을 바꾸지는 못했다. 특히 이란은 수십 년간 제재를 견디며 중국·러시아 등과 거래하고 우회 경로를 구축했다. 제재가 장기화할수록 오히려 제재 회피 산업과 비공식 경제가 커지고 권력층의 통제력이 강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강대국이 제재 카드를 손쉽게 꺼내는 이유는 전면적인 군사 개입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국제사회에 힘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달러와 금융망이라는 막강한 수단을 갖고 있다. 다만 이란의 제재 회피망은 다양하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압박에 그대로 따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특히 이란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까지 본격적인 제재 대상으로 삼을 경우 미·중 갈등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이번 조치에서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을 당장 제재 대상에 넣지는 않았다. 중국을 상대로 제재를 실행할 때 발생할 경제적·외교적 파장을 워싱턴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제재로 이란의 반발 수위가 상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은 제재에 협력하는 국가에 보복하겠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원유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진다면 제재의 충격은 이란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제 유가와 물류비 상승을 통해 세계 경제 전체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이란의 궤멸이 아니라 전쟁의 종식이라면 경제적 압박과 외교적 해법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제재로 이란의 선택지를 좁히되 협상할 문도 함께 열어둬야 한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상대를 협상장으로 데려오는 수단일 뿐 평화를 만들어내는 최종 해법은 아니다. 강대국의 힘과 외교력은 상대를 얼마나 세게 누를 수 있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출구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데서 확인된다. 미국이 제재의 위력에만 매달린다면 종전은 점점 더 요원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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