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생명줄' 라인강 말랐다…사상 최저 수위에 물류·에너지·관광 '비상'

  • 독일·네덜란드 관측 이래 최저 수위

  • 화물선 적재 제한·유람선 운항 중단 잇따라

독일 쾰른 시내 라인강 선착장에 보트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일 쾰른 시내 라인강 선착장에 보트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의 물류 동맥인 라인강이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으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말라붙으면서 유럽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화물선 운항이 차질을 빚고 원자재 운송 비용이 치솟는 데 이어 관광업과 에너지 공급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기후변화가 유럽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연합뉴스와 BBC에 따르면 독일 서부 쾰른과 네덜란드의 로비트(Lobith) 지점의 라인강이 최근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위가 기록됐다. 독일 연방하천관리청은 이번 주말 쾰른의 공식 수위가 다시 6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세운 기존 최저 기록을 다시 경신하는 수준이다.

실제 연합뉴스가 찾은 독일 쾰른의 소규모 선착장 라이나우하펜에서는 보트 수십 척이 강바닥에 걸린 채 4주째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현지 보트클럽 관계자는 "지금 수심이 깊어야 30㎝ 정도"라며 "이 정도 가뭄은 2018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1816년부터 수위를 측정해온 쾰른 수위 관측탑은 이날 0과 1 사이를 가리켰다. 이곳의 평균 수위는 약 3m로, 평년보다 강물이 2m 이상 줄어든 셈이다.

라인강은 스위스 알프스에서 발원해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약 1233㎞를 흐르며 독일 제조업의 핵심 원자재를 운반하는 유럽 최대 내륙 수로다. 평소 하루 약 400척의 화물선이 오가지만 수위가 낮아지면서 선박들은 화물을 크게 줄여 운항하거나 더 작은 선박으로 나눠 실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독일 서부 카우프(Kaub) 관측소에서는 지난주 항행 가능한 수심이 25㎝까지 떨어져 2018년 최저 기록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BBC는 이 지점이 화물선 적재 가능량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라며, 운송량 감소가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병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수로·해운청 관계자는 BBC에 "라인강 운항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화물을 여러 선박으로 분산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원자재 거래업자는 로이터통신에 "적재량이 너무 적어 경제성이 사라지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는 관광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라인강 유역 최대 유람선 업체 KD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대형 유람선 운항을 중단했고, 소형 선박만 제한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선착장과 선박 사이 연결 통로의 경사가 급해지면서 승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도 당부했다.

경제적 충격도 현실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라인강을 통한 원자재 공급 차질로 지난달 쇳물 생산량을 줄였다. 라인강 인근 지역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다른 지역보다 리터당 최대 11유로센트(약 181원) 비싸졌다.

독일 싱크탱크들은 이번 가뭄으로 경제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베렌베르크은행은 소비자물가가 일시적으로 0.5%포인트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라인강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BBC에 따르면 다뉴브강도 세르비아와 루마니아 등에서 30년 만의 최저 수위를 기록하며 헝가리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가 출력 감축에 들어갔다. 세르비아는 냉각수 부족으로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량을 줄였고,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원전으로 흐르는 물을 늘리기 위해 다뉴브강 강변 암석을 폭파했다. 루마니아의 자동차 업체 다치아와 포드는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2주 이상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최대 하천인 포강 역시 지난달 말 크레모나 인근에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했다. 당국은 포 계곡 전역의 가뭄 경보를 '높음' 단계로 상향했으며,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해 생태계와 농업용수 공급에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U 가뭄관측소는 유럽 대부분 지역의 가뭄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이며 중서부 지역은 7월 중순 이후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다. 독일 저수위 정보 시스템(NIWIS)은 7월 말 기준 라인강 관측소의 44%, 다뉴브강 관측소의 78%에서 극도로 낮은 수위가 관측됐다고 집계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강수량 감소보다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량 증가가 이번 가뭄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계기상특성분석(World Weather Attribution) 연구진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가뭄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폭염과 물 부족이 유럽 경제와 산업 전반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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