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투자자 탓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 먼저 책임질 쪽은 당국이다

 
국회 앞에 놓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
국회 앞에 놓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 촉구 근조화환


정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별 투자 한도를 두기로 했다. 총투자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기본예탁금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모의거래와 거래비용 강화, 긴급 상황에서의 배율 조정도 추진한다.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한다. 오를 때 수익이 커지는 만큼 하락할 때 손실도 배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지수 비중이 큰 종목에 자금이 몰리면 개별 종목의 충격이 시장 전체로 번질 수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국내 증시의 쏠림과 높은 변동성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지난 5월 상품을 허용했다.

출시 당시 4조4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은 7월 중순 11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52%까지 높아졌다. 위험 신호는 분명했지만 당국의 대응은 신규 상장 중단과 예탁금 상향에 머물렀다. 증시가 급락한 뒤에야 개인별 총량 규제까지 꺼냈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의 발언은 실망스럽다. 김 실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때문만은 아니라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크고 이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국내 시장의 특성과 파생상품 구조가 변동성을 증폭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급락도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며 인공지능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고 했다.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는다. 단일 상품 하나로 증시 급락을 모두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제도를 설계하고 허용한 당국자가 먼저 강조할 대목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허용한 상품을 거래했을 뿐이다. 높은 수익을 좇는 수요와 쏠림 가능성을 예견하고 안전장치를 마련할 책임은 당국에 있다. 그런 성찰 없이 ‘역동적인 투자자’를 거론하면 제도 설계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자의 성향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위험 검증이 충분했는지, 시장 충격을 막을 장치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보는 것이다.

정부가 개인별 투자 한도와 과다 거래 비용, 모의거래, 긴급 시장 안정 조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다만 사태가 터질 때마다 규제를 덧대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거래 규모와 현물시장 영향을 상시 점검하고, 과도한 쏠림과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시장 안정 장치를 꾸준히 보완해야 한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판매·설명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단기 수익률만 부각하는 마케팅을 막고 손실 가능성과 장기 보유 위험을 반복해 알려야 한다. 투자자의 자기 책임은 중요하지만 불완전한 제도가 만든 위험까지 개인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자본시장의 역동성은 탓할 일이 아니라 제도가 감당해야 할 현실이다. 당국은 투자자를 훈계하기보다 잘못 설계된 제도를 고쳐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책임을 피할 때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때 회복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