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잃은 신용평가] 국민 절반이 900점↑…무너진 신용평가

  • 신용 인플레에 800점 후반도 '중·저신용자'

  • 800점대가 900점보다 금리 낮은 역전 현상도

  • 금융이력 부족한 '씬파일러' 여전히 사각지대

사진챗GPT
[사진=챗GPT]
국민 절반이 신용점수 900점 이상에 몰리면서 개인신용평가회사(CB) 신용점수의 변별력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고신용자가 늘어나면서 신용점수만으로는 차주의 위험도를 가려내기 어려워졌고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유리한 대출 조건을 받는다'는 공식도 흔들리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 900점 이상 인구는 2283만명으로 전체 중 45.1%에 달했다. NICE신용평가도 900점 이상이 2380만4368명으로 47.9%를 차지한다.

이 같은 신용점수 상향 평준화는 정책금융 대상 기준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출시된 중금리 생활안정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데 지난달 말 기준 커트라인은 NICE 889점, KCB 875점이다. 800점 후반대를 기록해도 '중저신용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도 은행권 대출이 제한돼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심화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 자체가 높아지면서 과거 고신용자도 상대적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이용자 평균 신용점수는 943점에 달했다. 

이처럼 고신용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은 CB 점수만으로는 차주의 위험도를 충분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CB 점수는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최소 기준으로 활용하고 실제 대출 한도와 금리, 승인 여부는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중심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같은 900점대 안에서도 상환능력과 거래 실적 등을 더 세밀하게 평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용점수에 따른 금리 혜택도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말 기준 가계신용대출 취급액이 3억원 이상인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900점 초과 차주 금리를 공시한 30곳 가운데 20%(6곳)는 오히려 900점 초과 차주의 평균금리가 800점대 차주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는 상향 평준화됐지만 정작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과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신파일러(Thin Filer)'는 여전히 기존 평가체계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재 CB 신용평가는 과거 금융거래 이력과 상환 실적을 중심으로 점수를 산정하는 구조여서 안정적인 소득이 없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더라도 금융이력이 부족하면 낮은 신용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신파일러의 평균 신용점수는 710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용점수 850점 이상이면 은행권에서도 충분히 높은 신용으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900점도 흔한 점수대가 됐다"며 "신용점수 상향 평준화로 변별력이 약해지면서 금융사들은 자체 CSS를 더 정교하게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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