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의 金맥 지도] "책 사도 신용점수 오른다고?"…'씬파일러' 품는 인터넷은행

  • 카카오뱅크, 대안신용평가로 중·저신용 대출 1.2조 추가 공급

  • 토스·케이뱅크도 생활 데이터 활용 확대…신용 개선 효과 확인

사진챗GPT
[사진=챗GPT]
책을 사거나 통신비를 꾸준히 납부하는 등 일상 속 데이터가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시대가 열렸다. 과거 대출과 연체 이력 등 금융정보 위주로 신용을 평가하던 은행들이 이제는 소비 패턴과 생활 습관, 납부 이력 등 비금융 정보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점으로 내세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를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안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023년 도입된 비금융 데이터로만 이뤄진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활용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을 추가 공급했다. 이 기간 카카오뱅크가 취급한 중·저신용 대출 가운데 약 12%(건수 기준)는 기존 평가모형으로는 거절 대상이었던 고객에게 공급됐다. 유통 정보와 이체 정보 등 대안정보를 활용해 추가 선별한 결과다.

카카오뱅크는 교보문고 도서 구매 이력과 금융결제원 자동이체 정보, 카카오 공동체·유통 데이터 등을 활용한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스코어'를 신용대출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 고객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고 대출 가능 고객군을 넓혀왔다.

대안신용평가는 단순히 대출 승인 범위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건전성까지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 비상금' 고객 분석 결과 기존 평가체계로는 거절 대상이었던 고객을 승인했음에도 연체율은 오히려 더 낮게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안신용평가가 단순히 대출 승인 범위를 넓히는 수준을 넘어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했던 차주의 상환 능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 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상환 능력까지 낮다고 판단했던 기존 평가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자체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한 '씬파일러' 포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스뱅크는 소비 성향과 경제활동, 생활요금 납부 내역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보험·적금 납입 성실도와 통신비, 가스비, 보험료 자동이체 정보 등을 분석해 금융 이력뿐 아니라 생활 기반의 성실성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금융이력이 부족해 중·저신용자로 분류됐던 차주도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 올해 1분기 토스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중·저신용자들 중 대출 실행 후 1개월 내 46%의 신용점수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증가폭은 43점이다.

케이뱅크도 대안정보 활용 범위를 꾸준히 넓히고 있다. 2024년 '네이버페이 스코어'를 도입한 데 이어 삼성카드·신한카드와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했고, 지난해에는 통신 대안평가 서비스 '이퀄'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올해 1분기 '신용대출 플러스' 실행 고객의 48.4%는 대출 후 1개월 내 신용점수가 상승했으며 평균 상승 폭은 46점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가운데 12%는 고신용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들의 대안신용평가 경쟁이 포용금융 차원을 넘어 신용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돈을 빌리고 연체했는지가 핵심 평가 요소였다면, 이제는 소비 습관과 생활비 납부 성실도 등 일상 속 데이터도 중요한 신용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우량 차주 중심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사회초년생과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등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했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인터넷은행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설립 취지를 갖고 있는 만큼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고도화는 사실상 필수 과제가 됐다"며 "기존 금융권이 충분히 평가하지 못했던 고객을 발굴하는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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