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양'영'화] 차오피에 담긴 화교의 역사…中 울린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

  • 무명배우·저예산 영화임에도

  • 입소문 타고 1700억원 흥행

  • 화교 송금 편지 '차오피' 의미

  • "'아모'는 양안 공동의 기억"

영화 할머니께 보낸 편지
영화 '할머니께 보낸 편지'


“고향과 해외 동포들에게 보내는 영상의 편지.”

22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할머니께 보내는 편지(원제:給阿嬤的情書, 영문명 Dear you)'를 이같이 표현했다. 동남아 화교의 주류를 이루는 중국 광둥성 차오산(潮汕)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과거 생계를 위해 동남아로 떠난 화교와  그 가족들의 기다림의 시간을 이야기로 풀었다. 

차오산에 사는 할머니 예수러우는 평범하고 조용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오래전 동남아로 돈을 벌러 떠난 남편 정무성은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소문만 남긴 채 오랫동안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빚에 시달리던 손자 샤오웨이는 가족 몰래 태국으로 향해 전설처럼 회자되던 할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실은 뜻밖이었다. 정무성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지난 20년 동안 할머니에게 편지와 돈을 보내온 사람은 남편의 친구 셰난즈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영화는 그렇게 반세기 넘게 감춰져 있던 사랑과 희생,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조용히 풀어낸다.

영화의 핵심에는 ‘차오피(僑批)’가 있다. 차오피는 해외 화교들이 고향 가족에게 송금할 때 함께 부친 편지를 뜻한다. 통신이 쉽지 않았던 시절, 차오피는 단순한 송금 수단이 아니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가족에게 안부와 그리움을 전하는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현재 차오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환구시보 계열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해외 화교가 보내는 한 통의 차오피는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중국 역사의 한 조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격동과 가난의 시대, 차오산 지역 주민 상당수는 해외 화교들이 보내온 송금에 생계를 의지해야 했다”며 “영화는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해외 화교 공동체의 집단적 기억을 담아냈다”고 전했다.

영화는 개봉 초기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이 작품의 제작비는 1400만 위안(약 27억원)에 불과했고,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수입도 377만 위안 수준에 머물렀다. 상영관 역시 광둥성 차오산 지역 중심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노동절 연휴 기간 입소문이 퍼지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21일 기준 누적 박스오피스는 7억6000만 위안(약 1700억원)을 돌파했고, 중국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은 최종 흥행 수입이 16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평점 9.1점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 중국 영화 가운데 최고 평가를 받고 있다.

흥행 배경에는 영화 특유의 현실감과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품의 핵심 인물인 예수러우와 셰난즈는 정식 연기 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기했다.  화려한 스타나 과장된 연기 대신, 차오산 사투리로 담담하게 이별과 그리움을 표현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안겼다. “배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는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란훈춘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약 10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많은 해외 화교 가정을 직접 방문해 차오피에 얽힌 실제 사연들을 수집했고, 이를 영화 속 이야기로 녹여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대만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오산 방언은 민난어 계열에 속해 대만에서 쓰이는 언어와 유사성이 크다. 영화 제목 속 ‘아모(阿嬷)’ 역시 대만에서 ‘할머니’를 뜻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인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주펑롄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차오산 지역과 대만은 언어와 풍습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대만 관객들은 영화 속 차오산 사투리와 의리·가족애·애국심의 정서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모’라는 단어는 양안 주민들의 공통된 뿌리와 기원을 상징한다”며 “대만 관객들의 호응은 양안이 공유하는 중국 문화의 유산과 정서적 공감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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