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중 직후 만난 習·푸틴…중·러 밀착 재확인

  • "정치적 신뢰 강화" 중러 전략적 공조 재확인

  • '양국간 파트너십 강화" 등 공동성명 채택

  • 40건 협력 문건도 체결…경제 무역협력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양국 간 정치적 신뢰와 전략적 공조를 지속 강화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중한지 나흘만인 19일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국빈 방문했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이후 약 8개월 만에 방중한 것이었다. 

이날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약 3시간 가량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 처음 열린 중·러 정상회담으로, 특히 트럼프 대통령 방중 직후 성사됐다는 점에서 중국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와 미국·러시아와의 관계 조율에 관심이 집중됐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수많은 시련과 타격에도 굳건하게 정치적 상호 신뢰와 전략적 협력을 끊임없이 심화했다"며 “중·러 관계는 더 적극적이고 빠른 발전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이어 "현재 국제 정세 속에서 세계의 주요 대국인 중·러 양국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더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며 “각국의 발전과 부흥을 지원하고, 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계 구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전쟁의 조기 종식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전쟁의 완전한 종식이 필수적이며, 전쟁 재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협상을 지속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이는 에너지 공급 안정과 산업·공급망의 원활한 운영, 국제 무역 질서에 대한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중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양국 관계는 오랜 세월의 시험을 거치며 더욱 견고해졌고, 포괄적 전략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 무역이 꾸준히 증가하고, 에너지 분야에서도 상호 호혜적인 수급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운송·물류·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국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양국간  에너지와 경제·무역 협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중동 정세 위기 속에서도 "러시아는 여전히 중국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은 이날 ‘포괄적 전략 협력 강화 및 선린우호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과 ‘다극화 및 신형 국제관계 증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무역·교육·과학기술 등 분야에서 약 40건의 협력 문서도 체결됐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는 부총리 5명과 농업·문화·교통·경제·금융·건설·교육 분야 장관 8명,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 주요 기업 수장들이 대거 동행했다. 이를 두고 양국 간 경제·무역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동발 에너지 충격 속에서 러시아가 강하게 추진 중인 대형 가스관 사업 ‘시베리아의 힘 2’의 진전 여부가 주목된다. 이 사업은 시베리아와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연결되는 프로젝트다.

양국은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 방중 당시 가스관 건설 추진에 합의는 했지만, 가스 가격 문제를 둘러싼 협상은 난항을 겪어왔다. 다만 최근 에너지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중국이 가격 협상에서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패트리샤 킴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외교 정책 연구원은 로이터에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과 수십 건의 합의가 나온다면, 내용과 관계없이 상징적인 의미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파트너십이 광범위한 전략적 문제에 걸쳐 강력하고 제도화되어 있으며 조율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쯔언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연합조보에 "푸틴의 방중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중·러 양국이 전략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중국이 외교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 40여차례 만남을 가졌으며,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벌써 취임 후 25번째로 양국 정상은 그간 밀월 관계를 이어왔다. 

이날도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 부르며 “하루 못 봤는데 삼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一日不见, 如隔三秋)는 중국 속담을 인용했고,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을 "오랜 친구"라고 부르는 등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내년 러시아로 초청한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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