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사태에 칼 빼든 금감원…바이오기업 공시 전면 개편한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공시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산업 특성상 불가피하게 높은 전문성과 불확실성을 띠는 정보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재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삼천당제약 주가 급락과 불성실공시 지정 사례가 겹치며 정책 효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한층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TF’를 출범하고 공시 체계 전반의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TF는 금감원을 비롯해 학계·유관기관·증권사 전문가가 참여하며 약 3개월간 운영된다. 상반기 중 증권신고서, 정기·수시공시, 언론보도 등 정보 제공 전반을 아우르는 공시 가이드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개선 작업은 제약·바이오 업종의 시장 내 위상과 투자자 이해도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달 말 기준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업종 시가총액은 183조2000억원으로 전체의 29.9%를 차지한다.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중 6개사가 해당 업종에 포함될 정도로 비중이 크다. IPO 시장에서도 2025년 기준 제약·바이오 기업 비중은 47%(14조600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공시 정보가 여전히 난해하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 임상시험, 기술이전 계약 등 기업가치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가 전문 용어와 단편적 구조로 제시되면서 일반 투자자가 이를 충분히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가치가 현재 실적보다 향후 연구개발 성과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 탓에 공시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이로 인해 투자 판단의 난이도도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금감원 바이오기업 공시 개편 방향
금감원 바이오기업 공시 개편 방향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문제를 ‘정보의 부족’이 아닌 ‘전달 방식의 한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TF는 공시 항목을 늘리는 대신,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과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어려운 공시를 이해 가능한 공시로 바꾸는 것’이다.

개선 방향은 상장 단계부터 상장 이후, 그리고 외부 커뮤니케이션까지 전 주기에 걸쳐 설정됐다. 우선 IPO 단계에서는 증권신고서의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그간 공모가 산정에 활용되는 주요 가정과 추정치가 형식적으로 제시되는 데 그쳤다면, 앞으로는 해당 가정이 어떤 전제에서 도출됐는지, 전제 변화 시 미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까지 명확히 설명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이후 공시도 ‘단편적 정보’에서 ‘단계적 구조화’로 개선한다. 기존에는 임상 1상·2상·3상 등 개발 단계가 단순 나열되는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파이프라인별 현재 단계뿐 아니라 성공 가능성, 주요 리스크, 향후 일정, 기대 성과 등을 함께 제시하도록 한다. 투자자가 개별 정보를 조합해 해석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연구개발 흐름을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언론보도와 공시 간 정합성 확보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일부 기업의 경우 공시보다 보도자료에서 기대감을 과도하게 강조하거나 긍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투자자 혼선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과 협업해 공시와 외부 공개 정보 간 일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금감원의 공시 개편이 바이오 종목에서 반복되는 과열과 급락 사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삼천당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와의 계약을 부풀렸다는 의혹, 기술의 실제에 대한 의구심 등이 제기되며 단기간에 주가가 반토막났다. 한국거래소는 회사가 공정공시를 미이행했다는 사유로 지난달 31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 바 있다. 특정 제품의 실적 전망을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를 통해 유포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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