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구글의 '무임승차' 프리패스와 정부의 굴복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21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의 공연이 넷플릭스로 전 세계 방송된다. 최고의 화질 서비스를 약속한 넷플릭스는 2023년부터 국내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인터넷망 이용대가를 협상해 왔다. 더 나은 품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침이다. 
 
반면 국내 인터넷망 40% 가까이를 사용하는 구글은 연간 2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트럼프 정권을 앞세워 한국 정부에 위협을 가하는 모양새다.
 
구글의 주장은 늘 같다. ‘인터넷은 상호 연결 구조라 별도 비용 부과는 부당하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 해저케이블과 캐시 서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이를 명백한 궤변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통신3사는 유튜브 하나로 트래픽 폭증을 감당하며 매년 수천억원의 망 고도화 비용을 떠안고 있다. 5G·6G 전환, 데이터센터 확장, DDoS 대응 등 모든 투자가 국민 혈세와 통신요금으로 충당되는 상황에서 구글은 수익만 독식한다. 국내 기업에게는 '의무'인 것을 구글에게만 '특혜'로 바꾸는 이중 잣대가 지속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구글의 로비 전략이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은 2025년 로비 비용을 사상 최대인 1654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전년 대비 11% 증가한 역대 최고액이다. 이 로비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었다. 한·미 비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디지털 무역 장벽'이라는 이름으로 망 이용대가와 정밀지도 제공,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정조준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 조사를 무기로 압박했다. “한국의 망사용료 논의와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논리였다. 결과는 구글에게 완벽한 '프리패스 티켓'이었다.
 
한·미 팩트시트에는 “망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 차별 금지”라는 약속이 명시됐다. 한국 정부는 고정밀 지도 반출을 19년 만에 조건부 허용하며 큰 양보를 했다. 망사용료 관련 입법 논의는 사실상 지연·무력화됐다. 올해도 USTR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한없이 무력했다. '통상 마찰 최소화'라는 명분 아래 국내 통신3사의 우려와 국민 부담은 외면당했다. 통신사들은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이 망 이용대가 협상에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하지만, 정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손을 놓고 있다. 

외국 기업이 무임승차하며 독식하는 구조를 방치하면 한국 인터넷망은 '글로벌 빅테크 전용 도로'가 되고, 국민은 영원한 부담자가 된다. 오늘은 지도 반출, 내일은 망 이용대가, 모레는 온플법·데이터 규제까지. 구글의 무임승차가 계속되면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는 영원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다.
 
망 이용대가는 단순 '통신비'가 아니다. 디지털 인프라의 공정 분담이며, 국가 경쟁력의 기반이며, 공정한 시장 질서다. 구글이 국내 시장에서 무제한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지금도 한국 기업과 소비자 부담은 늘고 있다. ‘침묵이 답’이라는 정부의 기조는 우리 기업의 이익을 빼앗아 구글의 배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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