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본車 '비상'…닛산·토요타, 감산 돌입

  • 보관 공간 부족에 결국 '감산' 카드…물류 마비에 발 묶인 일본차 생산 라인

  • 나프타 조달난에 에틸렌·합성고무 등 원자재 공급망 '도미노 타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본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토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중동행 수출길이 막히자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중동발 쇼크는 단순한 자동차 물류 정체를 넘어 부품 및 기초 화학 원자재 공급망까지 마비시키며 일본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모양새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토요타자동차는 지난 9일부터 4월 말까지 일본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중동 수출용 차량 약 4만 대를 감산하기로 했다. 토요타의 월평균 중동 수출 물량이 약 3만 대임을 고려하면 막대한 수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토요타자동차 큐슈 역시 지난 10일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토요타 큐슈는 지난 2024년 기준 전체 생산량의 약 7%인 2만 6000여 대를 중동에 수출해 온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가동률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닛산자동차 역시 자회사인 닛산자동차 큐슈 공장의 3월 감산을 확정했다. 감산 규모는 약 1200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선적이 중단되면서 수출 대기 차량 물량의 적체로, 더 이상 차량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닛산은 수익성이 높은 대형 SUV ‘패트롤’의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미니밴 ‘세레나’, SUV ‘엑스트레일’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종의 생산을 줄여 보유 공간을 확보하는 고육책을 택했다. 닛산 측은 감산분에 대해 향후 조업 시간을 늘려 손실분을 보충하는 ‘만회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현재 일본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전면 보류했으며, 홍해 우회로마저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차단된 상태다. 영국 해운 정보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Lloyd's List Intelligence)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내에는 일본 자동차 운반선 15척가량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는 완성차를 넘어 산업계 후방 공급망까지 직격하고 있다. 특히 전체 수입량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기초 원료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석유화학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실제로 미쓰비시 케미칼 그룹은 조달 난항을 이유로 에틸렌 수지 등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으며, 일본 에틸렌 생산 능력의 약 8%를 담당하는 토소(Tosoh) 역시 원료 부족으로 인한 조업 불안정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에현 요카이치시 소재 설비의 재가동 시점을 무기한 연기하는 등 파장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계의 이 같은 비상은 연쇄적으로 타이어 산업의 ‘급소’를 직격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 공정의 부산물인 ‘부타디엔’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타이어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타디엔은 타이어의 핵심 원료인 합성고무 제조에 필수적인데, 이 공급망에 균열이 가면서 브리지스톤과 요코하마고무 등 타이어 업계는 생산 차질과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자재 수급난이 부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이것이 다시 완성차 제조 원가를 압박하는 악순환의 전조가 곳곳에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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