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글로벌 'K-'에 드리워진 그림자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높은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수출이 예상 밖의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월 20일까지 누적 잠정치 기준 약 30%나 증가했다고 하니 실로 놀랄 만한 일이다. 내수 경기가 장기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우리 경제 현실을 고려하면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이런 수출 호조세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국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과 더불어 2030년까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다만 IMF나 OECD 등이 지적하는 것처럼 AI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와 실적에 관한 우려가 계속해서 발신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AI의 컴퓨팅 투자 계획 축소, 엔비디아의 오픈AI에 대한 장기 투자 협약 철회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AI 버블론에 유의해야 하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심해 봐야 한다.

방산, 조선, 원자력 등 이른바 글로벌 'K-'의 유효기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당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 외교 노선인 '돈로 독트린(Don-Roe Doctrine)' 덕분에 나토(NATO) 주요국에 대한 방산 수출이 급증하고, 조선과 원자력 부문의 한·미 협력 강화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고는 있다. 나토 회원국에 대한 수출은 미국을 위시한 독일과 프랑스 등 방산 선진국과의 경쟁은 물론 '나토 우선주의'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도 고려하면 한국이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라는 인식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한류 영향이 큰 K-식품과 K-바이오 등 최근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일류(日流) 현상이 지금은 철 지난 유행가처럼 느껴지듯이 한류(韓流)도 쇠퇴하지 않으란 법은 없다. 일본처럼 버블이 붕괴된 것은 아니지만 저성장 기조에 빠진 지 오래된 경제,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나 베트남 등 빠르게 추격해 오는 신흥 강자들 등 부지불식간에 우리 문화와 관련 산업군의 경쟁력이 침식당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한류 현상과 그 영향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지금까지의 수출 실적이 과연 국내 기업과 산업의 높은 본원적 경쟁력 때문인지도 살펴볼 일이다. 본원적 경쟁력이란 기술력이나 생산 및 조직 운영 효율성 등 외부 환경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기업 스스로가 보유한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말하는데 이 부분도 잘 살펴야 한다. 

일례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의 기술 수준은 2024년에 이미 중국에게 뒤처지는 상황으로 평가됐다고 하니 국내 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이 얼마나 빨리 훼손되고 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고, 이 상태라면 연관 산업의 수출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하튼 글로벌 무역정책불확실성지수 수준이 지난 연말에 비해 20% 이상 상승할 정도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수출 실적을 달성한 것은 높게 평가하고, 국내 기업과 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물론 한류의 영향력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 

당장은 글로벌 'K-'라 할 수 있는 기업과 산업이 수출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어떤 기업과 산업도 지금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대외 여건에 완벽히 대응할 수는 없으므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글로벌 'K-'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지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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