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는 매년 증감을 반복하며 완만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만한 변화는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15명 증가한 827명이었으며 건설업과 떨어짐 사고,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소 규모 사업장에 사망사고가 집중된다는 사실은 이제 새로운 분석도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 건설연구훈련센터(CPWR)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건설업에서 떨어짐으로 인한 사망사고 중 약 70%가 10명 이하 소규모 건설사에서 발생했다. 산업과 국가가 달라도 ‘중소 규모 사업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설명할 때 흔히 ‘위험의 외주화’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원청이 위험 작업을 하청에 맡기면서 위험이 전가된다는 의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생명과 안전이 외부로 밀려나는 구조라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을 하청 노동자가 아닌 원청 노동자가 수행했다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까.
사고를 개인의 부주의나 불안전한 행동의 결과로만 해석해서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사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보건을 둘러싼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로 설명할 때 비로소 원인이 드러난다. 작업과 관련된 핵심 위험 정보는 원청이 보유하고 있지만 하청 노동자는 그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는 정보 비대칭 구조가 반복된다. 이러한 이유로 동일한 작업이라도 하청에서 수행할 때 위험성이 증폭되며 이는 곧 위험의 격차로 이어진다.
하청도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생산성, 납기, 품질, 고객 만족 등 다른 경영 목표와 끊임없이 충돌한다. 안전이 통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일정 준수와 비용 절감이 우선시되며 안전은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누적이 사망사고로 발현된다.
많은 하청은 경영 여건상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서류 작성과 형식적 안전점검에 놓이기 쉽다. 사고를 줄이려면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으로의 변화가 절실하다. 변화를 위한 행동에는 ‘양가감정’이 존재한다. 변화에 동의하는 감정과 동의하지 않는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의의 감정이 훨씬 우세해지도록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도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중심축을 현장으로 옮기고 있으나 더욱 과감한 메시지와 역할이 요구된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정부의 조사·감독이 서류에 의한 사실관계 확인을 최소화하고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신호가 기업에 분명히 전달돼야 한다. 이 변화 하나만으로도 하청의 행동에는 변화가 나타나고 사고 감소 성과 역시 확인될 것이다.
이제 안전보건 논의의 중심은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로 이동해야 한다. 원·하청 간 위험의 격차가 법령 효과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중소 규모 사업장에서 현장 중심의 예방 활동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바꾸는 것, 그것이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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