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 사망이 여전히 건설 발주·도급 현장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에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고용노동부 ‘2025년 2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287명이며 이 중 건설업이 138명(48%)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명 늘었다.
사망 원인별로는 ‘떨어짐’이 129명(44.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물체에 맞음(39명) △부딪힘(28명) △끼임(27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건설업·제조업 등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특히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건설업과 제조업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고착화된 업종으로, 임금 체불과 산재 위험이 집중되는 대표적 현장으로 꼽힌다. 원청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떠넘기기 쉽고, 하청은 제한된 인력·예산으로 위험 공정을 맡게 되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고착된다.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기업·준정부기관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대다수가 하청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73명 중 141명(81.5%)이 건설발주, 13명(7.5%)이 도급에서 사망했다. 직영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9명(11.0%)에 불과했다.
건설발주는 발주기관이 계약만 체결하고 실제 시공은 도급업체가 수행하는 구조다. 도급 역시 원청이 공사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형태로, 두 경우 모두 하청 노동자가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사망사고 대다수가 건설발주에 집중된 만큼 하도급 단계가 내려갈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문제는 이를 사전에 식별해야 할 ‘위험성 평가’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모든 사업장은 근로자 참여 아래 위험 요소를 진단해야 하지만 영세 사업장은 형식적인 문서 작성에 그치기 일쑤다. 원청에 대한 처벌도 가볍다. 도급사업장에서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아도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과하고 산업재해 미보고 시에도 500만원 이하 벌금만 부과된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산재를 줄이는 것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기업 경쟁력, 근로자 생명·안전을 지키는 핵심 과제”라며 “재해자 가운데 하청·고령·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만큼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줄이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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