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미중 항만稅 전쟁'...글로벌 해운업 생존전략은

  • 미국發 항만료에 중국 반격...글로벌 선사 '긴장'

  • 입항료 폭탄 피해라…항로도 선박도 대이동

  • 비용·효율 경쟁력 여전…중국 조선업 '끄떡없다'

글로벌 해운사의 미국 항만세 부과 예상 손실액 그래픽아주경제DB
글로벌 해운사의 미국 항만세 부과 예상 손실액 [그래픽=아주경제DB]

지난 14일 새벽 5시(현지시각), 미국 동남부 해안 항구도시 서배너항에서 이틀째 정박을 거부당한 중국 국영 해운회사 코스코해운 소속 1만3500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급 컨테이너선인 자스민호가 결국 거액의 '특별 항만 수수료'를 낸 후 부두로 들어와 정박했다. ‘재스민호’가 서배너항 입항을 위해 납부한 수수료는 425만 달러(약 61억2000만원)다.    

같은 날, 중국 현지시각 0시를 기해 중국 동부 저장성 닝보항에 정박한 2600TEU급 미국 국적 선사 맷슨(Matson)이 운영하는 컨테이너선 ‘마누카이호’도 446만 위안(약 9억원)의 특별 항만 수수료를 냈다.

재스민호와 마누카이호는 미중 해운 패권전쟁 속에 처음으로 특별 항만 수수료를 물게 된 미·중 양국의 선박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미중 양국이 항만 이용료를 상대국 선박에 부과하면서 전 세계 30% 이상의 선박, 약 1만개 선박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發 항만세에 중국 반격...글로벌 선사 ‘긴장’


'항만 폭탄'은 미국이 먼저 던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4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입항수수료 부과 정책을 발표해 10월 14일부터 징수한다고 발표한 것.

차이신은 “중국 정부는 지난 6개월간 수 차례 협상을 시도해 항만 부과를 철회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결국 지난 10일 중국도 14일부터 미국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기로 한다고 밝혀 맞불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은 입항수수료 부과 대상을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직간접적으로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또는 조직이 소유·운영하는 선박 △미국 국기를 게양한 선박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 지정했다.

해당 선박들은 순t(Net ton)당 400위안(약 8만원)을 내야 하며, 중국은 이를 매년 단계적으로 인상해 2028년 4월 17일부터는 최고 1120위안까지 늘릴 계획이다.

사실 국제 해운 시장에서 미국에서 건조해 운영하는 선박 수는 전 세계 선박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극히 적다.

하지만 미국 기업·개인이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소유 및 운영하는 선박까지 징수 범위를 넓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유럽 주식시장에 상장한 글로벌 해운사 중에는 미국 금융기관이나 투자자가 지분을 보유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그리스 선사 스타벌크가 대표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타벌크의 지분 40% 이상은 미국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어서 중국의 입항료 부과 대상이다. 스타벌크는 13일 “자사는 그리스 선사로, 선원 대부분이 그리스 국민이고, 미국 국적 선박이나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없다”며 “미국 증시에 상장됐지만, 5% 이상 지분을 가진 미국 투자자도 없고 미국 회사가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예 미국계 투자자 지분을 줄이는 선사도 있다. 덴마크 선사 토름이 대표적으로, 최대주주가 41% 지분 보유한 미국계 자본인 오크트리 캐피털인데 최근 오크트리 캐피털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입항료 폭탄 피해라…항로도 선박도 대이동


미국의 특별 입항료 부과를 피하기 위한 글로벌 해운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미국 입항료 부과의 최대 피해자인 코스코가 대표적이다.

현재 코스코가 미주항로에 모두 투입한 운송 선단은 총 72만TEU 규모에 달한다. 글로벌 해운 컨설팅 회사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코스코가 미주항로를 운영하는 데 내야 하는 입항료 징수는 1TEU당 2121달러다. 2026년에도 미주항로에서 현재의 운송 선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미국에 입항료로 내는 비용만 15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 코스코 연간 매출의 5.3%에 달하는 액수다.

최근 코스코는 항로를 미세 조정해 미국 대신 멕시코·캐나다 항로로 우회해 철도나 바지선을 활용해 화물을 미국으로 옮기는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알파라이너는 이달 초 보고서에서 중국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을 포함한 글로벌 상위 10대 컨테이너 해운사가 2026년 말까지 항만료로 총 32억 달러(약 4조56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해운사들은 미국 특별 입항료를 피하기 위해 선박을 교체하거나 우회항로를 이용하거나, 미국 노선을 분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해운동맹인 ‘제미나이 협력’은 이미 미국 노선에 중국산 대신 한국산 컨테이너선을 투입했다.

글로벌 1위 해운사인 MSC도 미주 노선에서 중국계 리스 선박을 교체하고 있다. CMA-CGM과 ONE 연맹도 임대 계약을 조정해 중국계 리스 선박 장기 임대협력을 조기 종료했다.
 
HMM, ONE, 양밍(Yang Ming)으로 구성된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기존의 아시아-지중해-태평양 노선을  아시아-지중해 노선과 태평양-중동 노선 둘로 쪼개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이 4000TEU 이하 컨테이너선이나 5만5000톤급 이하 컨테이너선, 8만톤 이하 벌크선, 2000해리 이하 단거리 항로(오대호·카리브해 항로) 운항은 입항료를 면제하기로 한 만큼, 소형 선박으로 교체하는 해운사도 있다.   

샤춘후이 상하이해운교역소 연구원은 해운사들이 "캐나다·멕시코, 혹은 다른 카리브해 국가 항구에 들러 간선을 지선 수송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화물을 미국으로 보내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총 항로거리는 늘어나지만 고액의 입항료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차이신망에 전했다.
 
비용·효율 경쟁력 여전…중국 조선업 '끄떡없다'


한편 미중간 지정학적 갈등으로 중국 조선업이 충격은 받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중국 선박 건조 완공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감소한 2413만 DWT(총적재가능중량), 신규 주문량은 182% 감소한 4433만DWT로, 전 세계 총량의 각각 51.7%, 68.3%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일본과 비교해 여전히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항만세 부과로 중국의 대형 컨테이너선 주문은 영향을 받았지만, 소형 컨테이너선 주문량은 오히려 급증세다. 미국이 4000TEU 이하의 소형 컨테이너선은 입항료를 면제한 데다가, 최근 동남아 지역내 교역이 활발해진 것도 주문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 조선사의 비용 경쟁력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중국의 한 조선사 관계자는 “중국 강판 가격은 일본·한국보다 50% 이상 더 낮은 데다가 환율도 유리하고 스마트 디지털화를 통한 생산효율 경쟁력까지 갖췄다”고 설명했다.  

조선해양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현재 중국 조선사가 전 세계 50% 이상의 주문을 수주하고 있다”며 "아무리 미국 해운무역량이 많다 해도 중국 조선업 발전을 억제하긴 비교적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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