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인공지능 기본법, 이제 '파인튜닝'의 시간이다

하주영 스캐터랩 변호사
하주영 스캐터랩 변호사

2025년 1월 제정된 인공지능 기본법이 1년여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지난달 시행되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의 결단 덕에 과태료 부과 등 핵심적인 사항이 최소 1년 이상 유예되어 다행히 현장에 극심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피해 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고영향 AI의 정의가 모호하다거나 특정 사안에 대한 규율이 빠졌다는 주장 등이 이어지고 있어 혼란이 여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이것이 사실 예정된 혼란이라는 점이다. 포괄적 인공지능법을 전면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혼란이 없었을 거라 생각하면 엄청난 오산이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법을 물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필자는 인공지능 기본법의 파인튜닝(미세조정)을 시작하자고 주장하고 싶다. 마치 사전학습에서 확인되는 인공지능 모델의 성능을 파인튜닝을 통해 더 끌어올리듯, 인공지능 기본법 역시 아직 그 성능을 향상시킬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일단 데이터는 잘 축적되고 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인공지능 학습에는 데이터가 매우 중요하며, 파인튜닝 과정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미 법 제정 후 1년여 동안 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개진된 다양한 개선 방안이 있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 기본법 지원데스크에 열흘간 170여 건에 달하는 생생한 현장의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중한 자료들은 단순히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피드백을 통해 법령 개선에 활용되어야 한다.

해외 동향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챗GPT가 RLHF를, 딥시크가 GRPO를 크게 유행시켰듯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론이 새롭게 떠오를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규제 방법론 역시 마찬가지다. 자체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음과 동시에 세계 각국의 새로운 규제 기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장점을 빠르게 흡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인공지능 기술에서 강산이 변하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딥시크는 설립 후 1년 반 만에 R1을 발표하면서 ‘딥시크 쇼크’를 불러왔고, 챗GPT가 발표 이래 차지해 왔던 왕좌 역시 불과 3년여 만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 법령도 기술 환경 변화를 최대한 따라가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이른 시일 내에 추가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규제 체계를 법률 중심이 아닌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중심으로 옮기는 것이 유리하다. 애초에 법률이라는 형식은 국민적 합의 도출에 장점이 있지만 빠르고 유연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법률과 시행령 사이 역할 분담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극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는 인류 최초로 포괄적 인공지능법을 시행한 국가다.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고 다른 이들은 우리 사례를 보면서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추격해 올 것이다. 세계 최초라는 명예의 무게는 그만큼 무겁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지난 수백 년간 일부 선진국들만 겪어 온 영예로운 짐이라고 할 수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부담을 받아들이고 머리를 맞대고 노력을 멈추지 말자. 좋은 인공지능 모델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좋은 법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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