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할리우드서 좌절한 박찬욱, 한국서 히트작으로 돌아왔다"

  • "거대한 공장 찍고 싶었지만, 더 일찍 한국으로 왔어야"

지난 9일현지시간 미 LA 어쩔수가없다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미 LA '어쩔수가없다' 시사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이 신작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려다 좌절을 겪은 뒤 한국 영화로 방향을 틀게 된 배경을 미국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제작을 염두에 두고 10년 넘게 시도했지만 투자 장벽에 가로막혔고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완성한 영화가 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히트작’으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박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해고된 관리자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다룬 그의 영화에 미국 스튜디오들이 투자를 꺼리자, 그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금 그는 히트작을 손에 쥐었다"고 전했다.
 
NYT는 박 감독을 "아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한 명으로, 고국인 한국에 대한 복잡하고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속이 뒤틀리는 호러(공포) 장면으로 사랑받는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이 '어쩔수가없다' 작업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이 영화를 미국 영화로 연출하기를 진정으로 원했고, 할리우드 스튜디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2년이라는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원작인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을 들어, 영화 역시 미국에서 만드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자본주의 체제에 관한 이야기”라며 “미국이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만큼, 미국에서 가장 잘 전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 내 대형 제지 공장들을 둘러보며 거대한 미국 공장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전망에 매료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접촉한 투자자들이 제시한 제작비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고 한다. 결국 그는 프로듀서의 권유를 받아들여 영화의 배경과 제작을 한국으로 옮겼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그런데 이제 한국 영화로 만들고 나니, 왜 훨씬 더 일찍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NYT는 이 영화에서 박 감독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주인공 ‘만수’의 살인 동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문제를 꼽았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관객이 반드시 영화 속 살인자나 악당에게 공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영화나 예술의 유일한 목적이 관객이나 독자가 ‘아, 나라면 저렇게 했을 거야,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것은 사실 이 세상에 나와는 다르게 행동할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과 독자들이 그들의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성탄절 미국 주요 5개 도시에서 제한 개봉됐으며, 내달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남우주연상(이병헌)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부문 예비후보(쇼트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시상식 시즌을 앞두고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봉 감독이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을 해줬다고 NYT에 전했다.
 
그는 또 미국 행사 문화에 대해 “이곳 사람들은 칵테일을 들고 매일같이 낯선 사람들과 서서 대화하는 데 익숙하지만 그것은 우리 한국인에게는 굉장히 낯선 것”이라며 “게다가 봉 감독과 나는 둘 다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NYT는 별도의 리뷰 기사에서 이 작품을 두고 “잔혹한 시대에 대한 잔혹한 이야기가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감각으로 전달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생기 넘치고 종종 마음을 울리는 두 주연배우의 연기가 지닌 균형감만큼, 영화의 톤과 분위기가 잘 조율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도 덧붙였다.
 
박 감독의 영화들은 ‘올드보이’의 원테이크 액션 장면이나 ‘헤어질 결심’에서 기혼 형사가 살인 혐의를 받는 여성에게 느끼는 복잡한 감정처럼, 코믹하면서도 어두운 순간들이 교차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NYT가 짚었다. 또 그는 배우에게 “당신이 연기했으면 하는 캐릭터는 당신 자신이 아니다. 직장을 잃어서 연쇄 살인범이 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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