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7년 '기후 규제 근간' 허물다...온실가스 '위해성 판단' 철회

  • "역대 최대 규제 완화" vs "기후 부정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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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지피티로 생성한 이미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온실가스를 공중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던 ‘위해성 판단’을 공식 철회하면서 17년간 이어져 온 미국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법적 토대가 사실상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규제 완화”라고 평가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즉각 소송을 예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EPA는 2009년 채택된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을 철회했다. 당시 EPA는 청정대기법에 근거해 이산화탄소(CO2)와 메탄 등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과 복지를 위협하다고 판단했고 이는 자동차·발전소·산업시설 배출 규제의 법적 근거가 됐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차량과 발전소에 대한 연방 차원의 배출 기준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화석연료 발전소 규제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행사에서 리 젤딘 EPA 청장과 함께 이번 조치를 발표하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규제 완화 조치”라고 말했다. 젤딘 청장도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라며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의 “강압적인 기후 정책 시대를 종식시키겠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이번 조치가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 확대를 되돌리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2007년 매사추세츠 대 EPA 판결에 따라 EPA는 온실가스를 규제할 권한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대법원의 보수화 흐름을 고려할 때 판례가 재검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2년 웨스트버지니아 대 EPA 사건에서 발전소 탄소 배출 규제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는 성명을 통해 “EPA의 결정은 법, 과학, 그리고 매년 더욱 심각해지는 재해의 현실과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댄 배커는 “EPA는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가 취한 가장 중요한 조치를 무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 EPA 고문을 지낸 질런 후버는 WP에 “이 규정은 기후 변화의 현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후 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적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학계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사망 증가, 모기 매개 질병 확산, 허리케인과 산불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고 경고해왔다. 기후영향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은 지난 한 해 기후 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가 1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조치가 실제로 효력을 유지할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다수 환경단체가 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미국 에너지·산업 정책은 물론 글로벌 기후 대응 체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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