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추진해온 남산 곤돌라 설치 사업에 대해 법원이 본안 소송에서도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집행정지 결정으로 공사가 멈춘 데 이어, 도시관리계획 변경 자체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사업 추진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19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설치를 위해 곤돌라 설치 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시설공원)’로 변경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법원이 한국삭도공업 측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곤돌라 공사가 중단된 이후 약 1년 만에 나온 본안 판단이다. 당시 법원은 도시관리계획 변경의 위법 가능성을 이유로 집행정지를 인용했고, 서울시의 항고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은 유지됐다.
서울시는 남산 케이블카가 1961년 사업 면허 부여 당시 유효기간이 설정되지 않으면서 60년 넘게 민간업체의 독점 운영이 이어져 왔다고 보고, 교통약자 접근성 개선과 대기 시간 해소를 명분으로 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부를 잇는 곤돌라 설치 사업을 추진해왔다. 곤돌라 운영 수익을 남산 생태보전기금으로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그러나 재판부는 곤돌라 설치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이 현행 법령상 허용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구역 내에서는 높이 12m를 초과하는 건축물 설치가 제한되는데, 서울시는 높이 45∼50m에 달하는 중간 지주(철탑)를 설치하기 위해 곤돌라 선하지 구역만을 떼어내 시설공원으로 용도 변경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방식이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 결정으로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의 행위 제한이 해소되고, 국토계획법상 도시계획시설 부지로서의 개발행위 제한이 새로 부과돼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한다”며 해당 처분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판단했다.
이어 “서울시의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언제든지 시설공원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결정은 곤돌라 설치를 주된 목적으로 특정 구역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현행 법령 체계상 입법적 보완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국삭도공업의 소송 제기 자격(원고적격)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궤도운송법이 궤도사업자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취지를 갖고 있는 점을 들어, 서울시가 곤돌라를 직접 운영할 경우 기존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남산 인근 대학 졸업생이나 일반 시민 등에 대해서는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아 일부 청구는 각하했다.
서울시는 즉각 반발하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준수한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상 요건, 정책적 공익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라며 “즉각 항소해 곤돌라 사업의 적법성과 필요성을 다시 다투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남산 곤돌라는 이동약자와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특정 민간업체에 집중된 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며 “항소심에서 도시관리계획 변경의 공익성과 정책적 필요성을 명확히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안 판결까지 서울시가 패소하면서 남산 곤돌라 사업은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60년 넘게 이어져 온 남산 케이블카의 독점 운영 구조도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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