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다주택자 잡으려다 임차인 잡았다…전세 마르고 현장도 멈췄다

  • 양도세·토허제·대출 '트리플 규제' 전세 조여, 공사비·PF 경색 착공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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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서울 전세시장에서 세입자가 갈 곳을 잃고 있다. 연초만 해도 보이던 전세 매물은 빠르게 줄었고, 남은 물건은 보증금이 뛰었다. 매매로 갈아타려 해도 대출 규제에 막히고, 전세로 버티려 해도 매물이 부족하다. 월세로 밀리면 매달 부담이 커진다.

규제의 명분은 다주택자 억제였지만, 생활비 계산서를 다시 쓰는 것은 세입자다. 집을 살 길은 대출이 막고, 전세로 남을 길은 매물 부족이 막는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선택지마다 문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막혀 매수로 넘어가지 못한 세입자들이 전세를 다시 찾는데, 일부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보증금을 올려 부르는 분위기”라며 “전세를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규제의 표적은 다주택자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먼저 체감한 것은 세입자였다. 양도세 중과 재개와 토지거래허가제, 대출 규제가 한꺼번에 작동하는 사이 전세 매물은 줄고 전셋값은 뛰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5월 20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388건으로 1년 전(2만8942건)보다 46.8% 감소했다.
 
규제 전세시장 압박 매커니즘
규제 전세시장 압박 매커니즘.
전세가 먼저 사라졌다

전세시장을 조인 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먼저 이달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되살아났다. 유예 종료 이후 이틀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이 2800건 이상 줄었다. 세 부담이 커진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다 버티기를 택하면서 전세를 낀 매물의 회전도 느려졌다.

토지거래허가 규제도 시장을 더 좁혔다. 토허구역 내 주택은 실거주 의무가 붙는 만큼 갭투자는 차단된다. 문제는 전세를 낀 정상 거래까지 함께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12일 세입자 있는 주택 전체로 실거주 유예 대상을 넓히는 보완책을 내놨지만, 현장 반응은 엇갈린다.

대출 규제도 세입자를 묶었다. 주택담보대출 LTV 40% 상한과 스트레스 DSR 강화로 빌릴 수 있는 돈이 줄면서 매수 전환이 막힌 세입자들이 전세시장에 남는다. 집을 살 길은 좁아졌고, 전세로 남을 길마저 좁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28% 올랐다. 2015년 11월 둘째 주 이후 약 10년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 서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2.89%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0.48%)을 이미 크게 웃돌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오름세가 나타났다.

전세난은 규제 하나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9161가구로 전년 4만2601가구 대비 31.6% 줄어든다. 임대 물량을 제외한 민간 입주 물량은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입주 부족과 월세화, 비아파트 기피가 겹친 결과다. 다만 양도세·토허제·대출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임차인의 선택지를 더 좁힌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잡으려 했지만, 시장에서 먼저 잡힌 것은 세입자의 선택지였다.
 
임차인·현장 핵심 지표
임차인·현장 핵심 지표
공사비·PF에 막혀 짓는 사람이 사라졌다

임차인의 선택지가 줄어든 배경에는 멈춘 현장이 있다. 공사비가 오르고 PF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중소 시행사들이 빌라·다세대·소형 오피스텔 사업을 미루거나 접고 있다. 아파트 청약을 기다릴 수 없는 임차인에게 비아파트는 오랫동안 주거 대안이었지만, 그 공급망부터 흔들리고 있다.

착공은 2~3년 뒤 입주 물량을 결정하는 선행지표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3~2024년 전국 주택 착공은 합쳐서 55만 가구에 불과하다. 10년 전인 2015년(71만6000가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2~3년 전 착공이 말랐다는 것은 지금 시장에 새로 나올 집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착공이 일부 반등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2026년 3월 누계 전국 주택 인허가는 24.0% 줄었다. 인허가가 줄면 다음 착공과 입주 물량도 다시 흔들릴 수 있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브릿지론을 연장해 버틴 사업장도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면 착공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예전처럼 빌라나 소형 오피스텔을 쉽게 지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의 몰락은 보다 치명적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준공된 연립·다세대·다가구주택은 4858가구로 전년 대비 20.7% 감소했다. 2018년 빌라 준공 물량은 아파트의 90.1% 수준이었지만, 9.7%로 쪼그라들었다. 아파트를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의 우회로가 먼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공사비 급등이 핵심 원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6년 1월 133.28로 2020년 1월(99.86) 대비 33.5% 올랐다. 단순 환산하면 2020년에 10억원 들던 공사가 지금은 13억3000만원이 드는 셈이다. 빌라·다세대·소형 오피스텔처럼 사업 규모가 작고 분양가를 크게 올리기 어려운 사업장일수록 충격은 더 크다.

자금 조달 문턱도 여전히 높다. 금융당국 집계상 PF 지표는 일부 개선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PF 익스포저는 17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줄었고, PF 대출 연체율도 3.88%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는 부실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가 진행된 결과이기도 하다. PF 지표의 개선은 시장 정상화의 신호일 수 있지만, 부실 사업장 정리와 금융권의 선별 강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성이 낮은 비아파트·지방·중소형 사업장은 본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착공 자금도 구하기 어려워진다.

2023~2024년 위기 국면에서 만기를 연장하거나 차환으로 시간을 번 사업장들이 올해 다시 재평가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전세난은 임대차 시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 집을 지을 금융이 막히면 몇 년 뒤 세입자의 선택지도 함께 줄어든다.
 
정책의 시야, 세금을 넘어야 한다

다주택자 규제를 거둬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투기적 보유와 과도한 갭투자는 규제해야 한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설계다.

규제는 다주택자를 겨냥했지만, 민간 임대인이 맡아온 임대 공급 기능을 대체할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공사비와 PF 경색으로 새로 집을 짓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 억제만 강화하면 결국 남은 전세 물량을 두고 임차인 간 경쟁이 격화된다.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가 월세로 밀리고,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경로다.

부동산 시장은 세금 고지서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집주인은 보유세와 양도세를 보고, 세입자는 전세 보증금과 대출 한도를 본다. 시행사는 공사비와 PF 금리를 보고, 건설사는 미분양 위험을 본다. 정책이 다주택자라는 한 표적에만 오래 머물면 시장의 다른 병목은 뒤로 밀린다.

7월 세제개편도 중과 유지냐 완화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규제 이후 임대 공급은 누가 맡을지, 공사비와 PF에 막힌 착공 현장은 어떻게 되살릴지까지 물어야 한다. 세입자에게는 전세 선택지를 넓히는 장치가, 현장에는 사업성 있는 공급이 다시 움직일 금융·PF 대책이 필요하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만으로는 전세도, 착공도 풀리지 않는다. 정책의 시야가 세금과 대출을 넘어 임차인 보호, 비아파트 공급 회복, PF 연착륙까지 넓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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