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전면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법정이율·가스라이팅 규정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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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제정된 민법의 전면 개정안이 67년 만에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국민 생활과 경제활동의 기본법인 민법이 급변한 사회·경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속에, 계약법 규정을 중심으로 한 개정이 현실화됐다.

법무부는 16일 민법 가운데 계약법 규정에 대한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23년 출범한 민법개정위원회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된 전면 개정안의 첫 번째 성과물로, 향후 민법 전반에 대한 단계적 개정의 출발점이 된다.

민법은 제정 이후 친족법과 상속법 분야에서는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총칙·물권·채권 등 재산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었다. 앞서 두 차례 전면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중 하나는 법정이율 제도의 개편이다. 현행 민법은 민사 법정이율을 연 5%, 상사 법정이율을 연 6%로 고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금리와 물가 등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해 대통령령으로 법정이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을 법률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또 심리적 지배를 뜻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개념을 계약법에 도입했다.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 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 상대방의 부당한 간섭으로 의사표시를 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기존 착오·사기·강박 규정만으로는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해, 미국·영국 등에서 인정되는 ‘부당위압’ 법리를 명문화했다.

사정 변경에 따른 계약 해제·해지를 인정해 온 판례 법리도 법률에 명시했다. 아울러 국제적 기준에 맞춰 계약수정청구권을 도입해, 계약 수정이 불가능하거나 당사자에게 수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관련 규정도 정비됐다. 손해배상 방식으로 금전배상 외에 원상회복에 의한 배상을 일반적으로 인정하고, 금전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및 위약금 규정도 합리화했다. 매매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 규정은 ‘권리의 하자’와 ‘물건의 하자’로 단순화하고, 모든 하자 유형에 대해 추완이행 청구권과 대금감액 청구권을 인정해 구제 수단을 확대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이 국민의 권리 행사 편의를 높이고 계약 분쟁을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무부는 계약법 개정을 시작으로 물권·채권 등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기능적 연관성을 기준으로 개정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이 민법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회에서 원활히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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