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대박 수주'와 '단발 계약' 사이…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들여다보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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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가 장중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띄우면 주가가 즉각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시 제목만 보면 대형 수주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체 매출 대비 1~2%’에 불과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투자자가 계약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는 회사가 특정 고객과 일정 금액 규모의 재화·서비스 거래 계약을 체결했을 때 공시하는 항목입니다. 전년도 매출액 대비 계약 금액에 따라 의무공시와 자율공시로 구분하는데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경우 매출액 대비 5% 이상일 경우 코스닥 기업은 10% 이상일 경우 의무 공시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이 계약이 일회성인지, 반복되는 정기 거래인지, 손익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지를 공시만으로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공시학개론에서는 이와 관련한 공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가 나오면 대체로 호재성 공시로 판단하는데요. 언제나 시장이 반응하진 않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기존 고객사와의 계약 체결인 경우에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죠. 다만 신규 고객사라면 사업 확장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우선 계약 규모가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많으면 20~30%에 달하는 대형 계약도 있지만, 대개는 5% 미만입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 개장 전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계약금액은 한화 3753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대비 3.5% 규모라고 밝혔죠.

또 계약 기간과 해지 조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과 규모가 큰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기업의 주가는 올해 상한가를 가기도 했는데요. 코스닥 상장사 스피어의 사례입니다. 

우주항공 특수 합금 전문업체인 스피어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특수합금을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지난 7월 31일 공시했습니다. 계약기간은 2035년 12월 31일까지로 장기 계약이었죠. 

계약 상대방과의 첫 해 수요예측 금액은 당시 환율 기준으로 1544억원이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한 계약기간 내 총 수요예측 금액은 약 1조5400억원에 달했죠. 지난해 매출액 대비로는 무려 2967% 수준의 계약임을 알리면서 이튿날 스피어의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했습니다.

상호 협의로 해지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면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계약 상대방의 신용도와 산업 내 위치도 중요합니다. 글로벌 대형 고객과의 신규 계약은 시장에서 보통 프리미엄을 부여합니다.

규모나 계약 상대방에 따라 주가에 큰 영향을 주는 공시죠. 일부 상장사들은 계약 체결 공시 후 계약 해지나 최초 계약 금액의 50% 미만만 이행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이 되기도 해요. 일부 상장사들은 그 해 주식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테마와 관련한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히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관련 공시 규정을 개선하기도 했습니다. 정기보고서에서 진행 상황을 상세히 기재하도록 조치했는데요. 주주라면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가 나온 이후에 정기보고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은 계약 관련 모든 진행상황을 기재하고 있기 때문이죠.

주요 계약조건에 대해 계약금 선급금 유무, 대금지급 조건도 상세히 기술하도록 해서 이 내용도 확인하면 도움이 됩니다.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의 핵심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가'입니다. 간혹 기업이 단기 호재를 만들기 위해 소규모 계약을 공시하는 경우도 있어 공시만으로 섣불리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투자자는 계약 규모보다 '지속성'과 '사업적 의미'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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