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 방불케 하는 이민 단속…주방위군 투입 놓고 갈등 격화

국토안보부 장관 "시카고는 전쟁터…시장, 거짓말 결과 감당해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곳곳에서 이민 단속을 위한 주(州)방위군 투입과 관련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시는 전쟁터”라며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은 (현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카고가 속해 있는 일리노이주의 방위군 병력 300명을 시카고에 배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미국 각 주가 보유한 군대인 주방위군의 지휘권은 주지사가 보유하지만 유사시 대통령의 지시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원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최근 시카고에서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에는 이민 단속 요원이 한 여성에게 총을 쏴 다치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이 여성은 당시 반자동 총기로 무장한 채 이민 단속 관련 기관을 위협하는 행동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방위군 투입과 관련해 놈 장관은 “주방위군이 도착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은 훨씬 안전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JB 프리츠커 일리노이주지사는 CNN과 인터뷰를 통해 “연방정부가 시카고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방위군 투입 논쟁은 오리건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 200명의 캘리포니아주 방위군과 약 400명의 텍사스주 방위군을 오리건·일라노이주 등에 투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오리건주에 투입되는 방위군이 이민세관단속국(ICE) 등 공무를 수행하는 연방 공무원 인력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A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오리건 연방지방법원은 이날 긴급 전화 심리를 통해 오리건주에 어느 주의 주방위군도 투입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명령 요청을 승인했다. 오리건 연방지방법원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의 오리건주 방위군 동원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주방위군을 동원해 가처분 명령을 우회했고, 오리건주와 캘리포니아주가 이를 막아달라며 재차 가처분 명령을 요청했다. 법원은 오리건주의 상황이 변하지 않았고, 군이 지역의 법 집행을 지원해야 할 법적 근거와 필요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가처분 명령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이번 명령으로 이미 투입된 주방위군은 원소속 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티나 코텍 오리건주지사는 “포틀랜드에서 무장봉기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리건은 우리의 고향이지 군사 목표물이 아니다”라며 군사적 개입의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주방위군 동원에 대해 “숨 막히는 법과 권력 남용”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보여주는 무모하고 권위주의적인 행태에 국민이 침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법원 명령에 대해 6일 항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