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수부 부산 이전은 속도 냈지만…정부 조직 큰그림 그리기는 '하세월'
20일 아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안팎에서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분리하는 내용이 담긴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됐다. 기재부에서는 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부활시키는 한편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을 흡수하는 방안이 점쳐졌다. 산업부는 에너지 정책 기능을 환경부에 넘겨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초안을 논의했던 국정기획위원회는 조직 개편 방향을 대통령실에 최종 보고한 뒤 공식 해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은 채 표류 중인 것이다.
정부 출범 직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빠르게 결정한 뒤 이전 부지까지 발표했던 점을 감안하면 조직개편 역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국정위 발표에도 조직개편이 제외된 만큼 이러한 관측을 뒤엎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초 예고됐던 대규모 조직 개편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현실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정과제는 취임 초기에 설정한 뒤 부처별로 구체적인 세부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음 달 정기국회 시작…취임 초기 쌓인 현안에 조직개편은 '속도조절'
이달 안에 정부조직법이 발표되지 않으면 당장 다음 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논의조차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은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국회 설득이 쉬운 대통령 취임 초기에 이뤄진다. 적기를 놓치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져 중·후반기로 갈수록 정치적 부담이 커진다. 정권 중반부 개편 동력이 약해지면 신규 부처 신설 등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워진다는 게 중론이다.
대표적인 것이 윤석열 정부의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추진이다. 지난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부처 신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못한 채 12·3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정권 출범 초기 쌓여 있던 현안에 조직개편이 뒷전으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미국과 관세 협상,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에 속도를 낸 바 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밀린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운영해온 조직 구성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 '내부검토' 되풀이…"임기 초 빠르게 진행해야 국정과제 수행 탄력"
각계각층에서 요구하는 조직개편 수요도 조직개편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부처 내부에서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틈타 '숙원사업'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례로 해수부는 수산업무 전담 차관 신설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 역시 취임 직후 "수산 전담 차관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부처별로 권한 확대나 조직 유지에 대한 요구가 얽히면서 정부 차원의 대규모 개편안 합의가 지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조직개편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조직개편을 임기 초에 빠르게 진행해야 국정과제 수행과 정책 수행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정기국회와 절차적인 요건 등을 고려하면 이달 내에 조직개편을 마무리해야 하겠지만 물리적으로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현재까지 알려진 조직개편안이 과거에도 운영된 전례가 있는 만큼 부작용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만약 대규모 조직개편을 진행할 예정이면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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