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예능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는 연애 경험이 전무한 20·30대 모태솔로 10명의 만남을 통해 인생 첫 연애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는다. 이들의 투박한 감정 표현, 서툰 호감의 언어는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진심을 건드렸다. 익숙한 연애 공식 대신, 처음이어서 더 절실한 감정이 오가는 이 프로그램은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TV 부문)에 2주 연속 진입하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연출을 맡은 조욱형, 김노은, 원승재 PD가 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고 서툴지만, 그만큼 더 특별하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풀어낸 이들과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의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느낀 것도 많았고요. 출연한 친구들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요." (조욱형 PD)

"지원자들이 정말 많았어요. 미팅하면서 우리도 모르게 '외모가 좋으면 연애했겠지'라는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근데 면접을 보다 보니 외모랑 연애 경험은 별개더라고요. 자발적인 모솔도 있었고, 그런 분들의 이야기도 조명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각자의 사연과 캐릭터성도 고려해서 선정했어요." (김노은 PD)
"연애 프로그램인 만큼 진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봤어요. 고유한 매력을 가진 분들 위주로, 겹치지 않게 심혈을 기울여 뽑았죠." (조욱형 PD)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의 차별점 중 하나는 패널들이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썸 메이커스'로서 출연자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한다는 점이다. 친구처럼, 때로는 형제처럼 다가가 출연진의 감정에 공감하고 응원하는 모습은 프로그램만의 따뜻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제작진은 출연자 각자의 성향에 맞춰 썸 메이커를 연결해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더하기도 했다.
"출연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 했어요. '아, 이 분은 이런 성향이니 이 썸메이커스와 연결해주면 되겠다' 생각하여 성향에 따라 매칭했습니다."(김노은 PD)
"썸 메이커들이 편안한 형, 언니 같은 느낌이길 바랐어요. 솔직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진실되게 조언할 수 있었으면 한 거죠. 이들의 케미스트리도 고려하여 매칭했습니다."(원승재 PD)

'썸 메이커' 중에서도 가장 화제였던 건 가수 카더가든이다. 기존 연프 패널들과 달리 '옆집 형'과 같은 태도로 출연자에게 도움을 주었고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처음에 카더가든 님께서 '저는 남의 연애에는 관심 없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유대관계를 쌓고 '아는 사람'이 되어서 긍정적으로 도울 수 있고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요."(김노은 PD)
촬영 기간이 8일이라는 점에 대해 짧지 않느냐는 질문도 던졌다. 이에 제작진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충분한 밀도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출연자 대부분이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휴가를 길게 낼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어요. 초반에는 다소 느리게 시작됐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빨라지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감정의 밀도는 충분히 담긴 것 같아요."(김노은 PD)
"오히려 다른 연애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촬영 기간이 너무 길면 출연자 입장에서 '지금 아니어도 다음 기회가 있겠지'라는 여유가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짧은 시간 안에 몰입하게 만드는 게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어요."(조욱형 PD)

촬영 도중, 프로그램의 성공을 직감한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제작진은 각자의 '확신의 장면'을 떠올렸다.
"롤러장에서요. 다 같이 데이트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때 정말 모태솔로 티가 났어요. 사실 가장 걱정했던 게 외적으로는 다들 괜찮아 보이니까 '뭐가 모태솔로야?' 이런 반응이 나올까 봐였거든요. 근데 그 장면을 보고 '아 됐다' 싶었어요. 우리만 아는 어떤 서툶이 화면에 잘 담겼달까."(원승재 PD)
"3일째 밤, 출연진들의 감정 표현이 오가는 순간이 있었는데요. 그때 '우리도 이제 진짜 연애 프로그램이 됐구나' 싶었어요. 그 전까지는 너무 대화도 없어서 '이대로 괜찮을까' 싶었거든요."(김노은 PD)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싶어'에서 이른바 '메기'(판을 흔드는 새로운 등장인물)의 활약이 미미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제작진도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메기 분도 모솔이셨어요. 저희도 '이건 좀 판 흔들리겠는데?'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쑥스러워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한 '메기'와는 달랐죠."(김노은 PD)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건 저희 책임이죠. 우리 생각보다 훨씬 수줍은 분이셨어요. 약간 죄송하기도 했어요."(원승재 PD)

프로그램 말미, 출연자 박지연과 하정목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스킨십을 나누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되자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편집 수위에 대해 고민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작진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두 분 다 미성년자가 아니고, 20대 중후반이잖아요.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고, 급하게 느껴질 순 있겠지만... 오히려 모솔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장면이 나가야 뒤에 지연 씨와 정목 씨가 나누는 대화가 시청자들에게 납득이 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들에게는 모든 게 처음이니까, 감정의 밀도 자체가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김노은 PD)
"시청자 입장에선 애정을 갖고 지켜본 출연자가 있을 수 있으니까, 당연히 의문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전체 출연진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떤 장면도 이상하다고 느끼진 않았어요. 사랑에도 여러 형태가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출연자들은 잘못이 없어요. 이상하게 느껴지셨다면, 그건 우리가 더 세심하지 못했던 부분일 수 있겠죠."(조욱형 PD)
서툴고 진심 어린 출연자들을 보호하면서도, 그들의 감정선을 왜곡하지 않고 담아내야 한다는 점은 제작진에게 적잖은 고민이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만큼 출연자들의 감정은 섬세했고, 그만큼 제작진의 개입 여부도 민감한 문제였다.
"딜레마라기보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가지고 개입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감정선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따라가자고 했고, 각자의 시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죠. 이도 씨의 입장도, 정목 씨의 시선도 있는 거니까요. 억지로 해석을 덧붙이기보다는, 그 균형을 자연스럽게 잡아가려고 했어요."(김노은 PD)
"시청자분들도 비슷하게 느끼셨을 거예요. 정목 씨 행동을 비판하는 분도 있고, 이해하려는 분도 있고요. 제작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있는 그대로 전달하자고 했어요. 억지로 좋게 포장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드리는 게 결국엔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원승재 PD)
뜨거웠던 인기 만큼 벌써부터 시즌2에 관한 기대감도 들려오고 있는 상황. 제작진은 시즌2가 론칭된다면 이번 시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를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진정성이에요. 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바뀌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요. 이번 시즌이 많은 공감을 얻은 것도 그런 진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시즌2를 하게 된다면, 시청자분들이 주신 피드백도 반영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가야겠죠."(김노은 PD)

출연자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따뜻한 시선도 부탁했다.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프로그램에 나온 모든 장면이 결국 '사랑'이라는 말 안에서 가능한 일이었다는 거예요.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분들이 용기를 낸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들은 조금만 아껴주시고요."(조욱형 PD)
"이 친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에요. 서툰 모습을 남들 앞에 보여준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그 용기를 높게 사주셨으면 해요."(김노은 PD)
"많은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봐주셨는데, 거기에 나온 좋은 모습도, 서툰 모습도 결국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어본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전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비난보다는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원승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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