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독시' 이민호 "'파친코'로 시작된 변화…나만의 정서 가지고파"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스크린 위에 또 한 번 강렬한 인장을 새긴다. 배우 이민호가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통해 오랜만에 관객과 마주한다. 수많은 회귀를 반복하며 세상을 구하려는 사명을 짊어진 인물 '유중혁'을 연기한 그는, 차가운 이성과 묵직한 신념을 동시에 품은 캐릭터를 자신만의 호흡으로 완성해냈다. 

"영화 '강남1970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하게 됐어요. 20대일 때부터 '30대가 되면 많은 이야기와 정서를 담을 수 있을 테니 그런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스크린 복귀까지)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유중혁'은 소설 속 인물로 판타지적인 성향이 강한 캐릭터다. 드러나는 서사가 없고 분위기로 인물의 내면과 상황을 설명해야할 때가 많았다. 

"'유중혁'은 시작부터 명확한 느낌을 풍겨야 하는 캐릭터에요. 보통 (캐릭터가) 어떤 상황인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설명되잖아요? 하지만 '유중혁'은 그런 게 없는 상태에서 독보적인 세계관을 대변해야하는 롤이었어요. 작업 하는 내내 김병우 감독님과 '유중혁을 통해 세계관을 대변해야하고 설득력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고 그런 점을 중점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했어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이민호가 주목한 건 '유중혁'이 가진 처연한 분위기였다. 그는 인물이 가진 처절함과 처연함이 두드러질수록 영화의 세계관이 잘 설명될거라고 판단했다.

"유중혁은 극 중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이에요. 소설 속 처절한 세계관을 '살아내는' 인물이죠. 제가 유중혁에 관해 상상하며 한 줄 메모해놓은 건 '고요 속 고요가 요동친다'는 것이었어요. 이 인물이 고요하지만 그 안에서 파장의 크기가 봉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전장처럼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김병우 감독은 배우 이민호였기에 유중혁이라는 인물을 납득 시킬 수 있었다며 그를 치켜세웠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등장만으로 압도되어야하고, 이해되어여하기 때문에 이민호라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가 필요했다는 부연이다.

"너무 과찬이시고요. 하하. 김병우 감독님과 이야기 했을 때 '모험의 시작'이라는 걸 전제로 두자고 했어요. 저도 동의하는 바였고요. 정해진 답은 없지만 뭔가 찾아나가는 과정이 좋았고요. 모험이 시작된 후 디테일하게 얽혀가고 충돌하는 모습에 대한 힌트를 주었죠."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민호는 유중혁이라는 캐릭터만을 보고 '전지적 독자 시점'에 뛰어든 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를 보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 점이 인상 깊다고 말하자, 그는 "이민호라는 사람이 그렇다"며 "1차원이 아니라 3차원적으로 보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런 성향이 있다 보니 (영화를 접근할 때도) 그런 거 같아요. 감독님과도 처음 만났을 때 '유중혁'보다 '김독자'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어요. 김독자가 설득력을 가지지 않는다면 유중혁이라는 인물은 아예 보이지 않을 거예요. 감독님과도 김독자의 중요한 지점들을 더 많이 고민했던 거 같아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작품이다. 이민호 역시 영화 속에서 다 풀지 못한 이야기들을 속편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제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마 2부는 유중혁과 김독자가 가진 가치관의 충돌이 명확하게 벌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걸 경험한 유중혁과 이제 막 경험하게 된 김독자의 가치관이 부딪치는 모습이 흥미롭게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관객들에게 '전지적 독자 시점'을 더욱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이민호는 "마치 3호선에 같이 탑승한 듯한 기분으로, 김독자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고 생각하며 봐주시면 더 재밌을 것 같다"며 관람의 팁을 전했다.

또한 글로벌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도 덧붙였다. 

"언어나 문화가 다르더라도,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본성은 누구에게나 공감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독시'는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전 세계 어디서든 본능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영화와 산업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눴다. 그는 한국영화의 현재와 그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묻자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전독시'가 활기를 찾아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콘텐츠 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자본 시장의 크기와 영향력 자체가 줄어드는 시대라, 자본의 순환이 잘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그는 이전보다 더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었다. 그는 판타지적 이미지가 강했던 '꽃보다 남자' 이후, '파친코'를 통해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를 입으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며 배역의 확장성에 관해 설명했다.

"가끔 '이민호가 저 정도 비중의 역할을 맡느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전 개의치 않아요. 존경하는 배우들이 비중을 떠나 다양한 롤에 도전하는 걸 보면서, '왜 저 배우가 저걸 하지?'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든요. 예전에는 제안조차 없던 역할들이, 이제는 오히려 흥미롭게 느껴져요. '파친코'가 그런 변화의 시작이었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앞으로도 의미만 있다면 어떤 역할이든 선입견 없이 임하고 싶어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배우 이민호 [사진=MYM엔터테인먼트]

인터뷰를 마무리 하며 그는 "이민호만의 정서를 가지고 싶다"며 배우로서의 방향에 관해 귀띔하기도 했다.

"이제 마흔을 앞두고 있는데, '이민호의 정서'를 보여 줄 수 있는 배우가 되어야 할 거 같아요. '이민호가 나오는 작품, 캐릭터는 이런 거지' 하는 정서요. 앞으로 그런 방향을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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