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시 관련 세제 개편안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 세제 개편안 때문에 지난 1일 코스피가 급락하자 개미투자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종전 50억원(종목당 보유금액)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데 반대하는 국회전자청원 동의자 수도 9만명을 넘어섰다. 법안 개정의 키를 쥔 여당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은 '원안 고수' 방침이지만 당내에선 재검토 요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증시 세제개편 재검토 여부는 4일 이후 코스피 지수 등 시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3일 정치권과 증권가 등에 따르면 정부 세제 개편안에 대한 반발은 이날도 계속됐다. 국회 전자청원시스템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소득세 하향 반대 청원’에는 이날 오후까지 9만5000명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정부 대표 공약과 달리 이번 세제 개편안이 증시 활황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번 청원 마감일은 이달 30일까지여서 향후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에서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 강화,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을 넣었다. 증권거래세율도 현재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0%로 높였다. 특히 논란이 거센 부분은 대주주 기준 강화다.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원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게 골자다. 이번 세제 개편안은 이달 14일까지 입법예고, 21일 차관회의,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증시 급락과 시장 반발에 정부·여당은 사흘째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증시 급락과 세제 개편안의 관련성을 낮게 본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당 내에선 재검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일 SNS를 통해 "10억원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정상화특위' '코스피5000특위'를 중심으로 살피겠다"고 말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홍배·이언주·이소영 민주당 의원 등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3일 만나 "대주주 (기준) 10억원은 추가 논의를 통해서 조정이 가능하다고 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 의장 등은 대주주 기준과 주가 흐름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진 의장은 지난 2일 "윤석열 정권이 주식시장을 활성화한다면서 이 요건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크게 되돌렸지만 거꾸로 주가는 떨어져 왔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종목당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다시 25억원으로 (대주주 기준을) 낮추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시 10억원으로 낮추었으나 당시 주가 변동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 같은 진 의장 발언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의 선행 연구나 주가 변동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0년 발표한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주식 거래 행태 특성 분석 및 주식 양도소득세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2010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10년 동안 개인투자자의 월별 주식거래행태를 분석한 결과 12월 매도세가 뚜렷하며 대주주 지정 회피가 유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2023년 말 발표한 리포트에서 "12월마다 양도소득세 규정을 회피하려는 개인 매도가 심화되고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유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세제 개편안 중 다른 내용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이 검토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많다. 당초 이소영 민주당 의원 발의안에서 고배당 기업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이 25%였던 반면 정부안은 35%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시의 전반적인 상승 추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초 제시했던 코스피 베스트 시나리오의 상단 3710은 추가적인 이익 증가가 아닌 PER 개선에 기인한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원안(25%) 수준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코스피 상단은 PER 12.3배를 적용한 3240"이라고 말했다.
세제 개편안 후폭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이번 주 가름날 전망이다. 4일 이후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보이면 '재검토'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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