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주민설명회가 끝난 뒤였다. 행사장을 나서던 한 노인은 보안요원을 붙잡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설명회장에서는 사업 추진을 둘러싼 찬반이 맞섰다. 누군가는 개발을 기대했고, 누군가는 재산권과 생계를 걱정했다. 다만 노인의 질문은 찬반보다 앞서 있었다. 자신의 동네가 개발 후보지로 선정되기까지 의향서가 언제, 어떻게 모였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도심복합사업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사업을 발굴한다는 취지를 갖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향률이 30%를 넘는 곳에 해당 평가 항목의 만점을 부여했다. 노후도와 사업성 등도 평가 대상이었지만, 주민들의 사업 추진 의사가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작용한 셈이다. 다만 여기에는 구분해야 할 두 문장이 있다. '주민들이 원해서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과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업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전자는 지역사회의 합의를 연상시키지만, 후자는 일부 주민의 추진 의사를 뜻한다.
이 차이가 지워지면 '주민제안'이 전체 지역사회의 뜻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개발에 적극적인 소유주들이 의향서를 모았다는 사실은 그들의 의사를 보여주는 근거이지, 나머지 주민들의 찬반까지 설명하는 자료는 아니다. 주민제안은 사업 검토의 출발점이며, 지역사회가 결론을 내렸다는 증명서가 아니란 얘기다.
사업을 언제 알았느냐에 따라 주민들이 마주하는 현실도 달라진다. 사업을 먼저 제안한 주민들은 의향서를 모으는 과정부터 추진 경과를 접할 수 있지만, 뒤늦게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사업이 공적 절차에 들어선 뒤에야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재산이 사업에 포함되는지,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아 있는지, 찬반 의사를 언제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후보지 선정이 사업 확정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주민 의견 청취와 법정 동의 절차가 남아 있다. 그 절차가 마련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초기 정보 격차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후보지 선정은 일부 주민의 개발 구상이 정부의 공식적인 검토 대상이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사업을 제안하지 않은 주민에게도 자신의 재산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의 역할은 의향률을 확인하는 데서 끝날 수 없다. 주민제안이 얼마나 폭넓게 알려졌는지, 정보를 접하지 못한 주민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주민제안 제도는 민간의 자발성을 활용하는 방식이지, 사업의 출발 과정을 설명할 책임까지 민간에 넘기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명회장을 나서던 노인의 질문은 단순했다. 자신의 동네에서 추진되는 개발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느냐는 것. 주민제안으로 출발한 사업이라면 공공이 답할 지점도 여기에 있다. 개발을 원하는 주민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지 못했던 주민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재개발의 '주민'은 먼저 개발을 제안한 사람들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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